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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는 없고 공방만 있는 야권 단일화 신경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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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는 없고 공방만 있는 야권 단일화 신경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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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간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공전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단일화를 하자’는 데는 공감대를 표했지만, 구체적인 논의 절차는 시작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가 제안한 100% 여론조사 방식을 공개 비판하는 데 집중하고 있고, 국민의당은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최후 통첩하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로는 단일화를 하자고 하지만 정작 속내는 양쪽 모두 급하지 않아 보인다. 이제 막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해 대선까지 20여일이 남은 데다, 양측 모두 시간끌기가 나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15일 선거 유세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15일 선거 유세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15일 안 후보가 제안한 100%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을 비판하는 여론전에 집중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3위 동메달이 금메달을 뺏을 수 있는 길을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승호 당 대변인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후보의 지지율이 대부분 안 후보의 5배 이상 나오는 상황”이라며 “가을야구를 하는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하나도 안 거치고 한국시리즈 붙여달라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안 후보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와 같은 방식으로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당시와는 지지율이 다르다고 반박한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당시 후보를 앞섰다.

국민의당은 윤 후보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결렬 선언’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안 후보는 이날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대통령 후보가 제안했으니 그쪽(국민의힘)도 후보가 (단일화를) 하겠다, 하지 않겠다를 말해야 한다”면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 결심을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직접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다. 안 후보는 이날 경북 안동신시장 유세를 하던 중 한 상인이 ‘(윤 후보와 안 후보)둘이 단일화가 되어도 (대선에서)이길까 말까인데 윤석열 후보는 왜 고집을 부리고 있느냐’는 취지로 질문하자 “덩치는 큰데 겁은 많아가지고요”라고 답했다. 윤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다만 안 후보는 이후 기자들이 ‘윤 후보를 겨냥한 것이냐’고 묻자 “저는 당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게 거대한 당이 겁이 많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최진석 국민의당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윤 후보의 답이 없으면 어느 시점에선 안 후보가 단일화 무산을 선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식선언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시한을 못 박진 않지만 이런 제안에 반응이 너무 오래간다는 건 (윤 후보가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공식적인 단일화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신 양측이 공방만 벌이는 양상이다. 이는 양 당 모두 시간끌기가 나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단일화 시점이 뒤로 갈수록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일화 이슈 외에는 3위 주자인 안 후보가 여론의 주목을 끌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보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안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이를 바탕으로 흡수합병에 나서겠단 전략이다. 김경진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임공보특보단장이 이날 CBS 라디오에서 “선거 하루 전날까진 공간이 열려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의힘 내에선 단일화 ‘금언령’도 내려졌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이 단일화를 최대한 언급하지 말라는 취지로 최근 회의에서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단일화만 없으면 안 후보는 언론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국민의힘 쪽에서)아무 메시지가 나가지 않으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답보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으로서도 시간끌기가 나쁘지 않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양 지지층의 결집 현상이 발생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은 캐스팅보트 역할이 더 커질 수도 있다. 단일화를 먼저 제안한 만큼 단일화가 실패하더라도 책임 소재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단일화로 여론 주목도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를 위한 시간이 여전히 넉넉한 편이라는 점도 양측이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 배경 중 하나다. 단일화의 시기로 1차는 후보 등록일(13~14일), 2차는 투표용지 인쇄일(28일), 3차는 사전 투표일(3월4~5일), 4차는 본투표일(3월9일) 전으로 꼽힌다. 이미 1차 시기가 지난 만큼 2차 시기인 투표용지 인쇄일까지는 시간이 넉넉한 편이다. 단일화를 원하더라도 극적 효과를 노리기 위해선 서두를 필요가 없는 시점인 셈이다.


박순봉·유설희·문광호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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