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위험도 '심각'이었는데…신변보호 여성 참변 또 못 막았다

[머니투데이 황예림 기자, 강주헌 기자]

지난 14일 오후 10시13분쯤 중국 국적 50대 남성이 서울 구로구 한 술집에서 신변보호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사진제공=뉴스1

서울 구로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이 스토킹 범죄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불과 두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현장에서 도주한 용의자는 숨진 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범행 발생 사흘 전 피해 여성의 신고로 유치장에 갇혔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9시간 만에 풀려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용의자의 스토킹 행위를 최고 위험 수준인 '심각' 단계로 보고 있었으나 용의자가 피해 여성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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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 상황 알렸는데..." 경찰 신변보호받던 여성 또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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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구로구 소재 야산에서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한 용의자가 숨진 채 발견, 경찰이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15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50대 남성 A씨는 전날 오후 10시13분쯤 구로구 한 술집에서 30대 여성 B씨, 함께 있던 남성 C씨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이들은 모두 중국국적을 가진 조선족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일 오후 10시12분쯤 피해자는 착용 중이던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구조 요청을 보냈다. 인근 지구대는 3분 뒤인 오후 10시15분쯤 현장에 도착했지만 B와 C씨는 이미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었다. B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C씨는 현재 의식은 있지만 명확한 의사표현은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된다.

사건이 발생한 술집은 피해자가 운영하는 가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사건 당일 A씨와 B씨, C씨 등 세 사람이 영업시간이 끝난 술집에 함께 있다가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를 용의자로 보고 추적하던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52분쯤 구로구 한 야산에서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A씨 사망에 따라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시킬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피해자의 관계, A씨의 행적 등을 추가 조사한 후 사건을 종결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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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신고 후 사건 발생까지 고작 사흘…유치장 수감 9시간 만에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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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와 B 씨는 2년간 교제하다 지난해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A씨를 최초로 신고한 건 범행 사흘 전이었다. B씨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 A씨를 폭행 및 특수협박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당시 안전조치 대상자로 B씨를 등록한 후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같은날 오후 5시 피해자는 본인의 가게에서 업무를 방해한다며 A씨를 또 한 번 신고했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스토킹, 강간 등 여죄를 조사해 다음날 오전 4시38분쯤 A씨를 유치장에 수감했다.

당시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기각했고, A씨는 수감된 지 9시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취지였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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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스토킹 행위 '심각'으로 분류했지만 참변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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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뉴시스

경찰은 A씨의 스토킹 행위 정도를 가장 위험한 수준인 '심각' 단계로 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서울경찰청은 스토킹 사건을 '주의', '위기', '심각' 등 3단계로 분류하고 단계별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3단계 가운데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는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를 위반하거나 살해 협박을 가하는 경우,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심각 단계에서 경찰은 통신영장을 신청해 피의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잠정조치 4호와 구속영장을 필수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경찰은 사건 발생 전 심각 단계에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검찰은 "일부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취지"였다고 기각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풀려난 뒤 피해자에 대해 긴급응급조치(1~2호)를 내리고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수사를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긴급응급조치 1호는 스토킹 피해자 및 주거지로부터 100m 이내 접근 금지, 2호는 전화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조치를 말한다.

그러나 경찰은 실제 A씨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까진 막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긴급응급조치가 발동한 이후인 사건 당일 피해자의 가게를 찾아 피해자, C씨와 함께 가게에 얼마간 머물렀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A씨와 B씨, C씨가 술집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며 "다만 세 명이 얼마나 오래 같은 공간에 머물렀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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