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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구 사저 철옹성 같네"···난간 밟고 기웃기웃 '시민들 북적'[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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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구 사저 철옹성 같네"···난간 밟고 기웃기웃 '시민들 북적'[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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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기 특검 "영부인도 공직자 준해 처벌되도록 입법 보완 필요"
[경향신문]
동네에서 ‘가장 높은’ 건물
내부엔 엘리베이터 등 설치
에어컨 등 막바지 공사 중

거리엔 “환영합니다” 현수막
퇴원 후 이르면 ‘22일 입주’


지난 14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의 한 전원주택. 50~70대로 보이는 시민 30여명이 느린 걸음으로 집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담장 너머로는 흐린 노란빛의 건물 일부가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7~8m 높이의 회색빛 담장과 빼곡하게 박힌 쇠창살을 보며 “잘 지었네”, “철옹성 같다”라고 말했다. 집 뒤편의 난간을 밟고 창살 사이로 집 마당을 살펴보던 시민들은 주변에 있던 경찰이 제지하자 멋쩍은 듯이 내려오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내부를 보기 위해 지난 14일 오후 일부 시민들이 철제 펜스를 밟고 올라서 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내부를 보기 위해 지난 14일 오후 일부 시민들이 철제 펜스를 밟고 올라서 있다.


대형 철제 출입문은 굳게 닫힌 채였다. 건물 밖에서는 마당에 서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 몇 그루의 가지 일부와 정자의 지붕만 보였다. 이곳 인근에는 주택 몇 채를 빼고는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인근에 이 집보다 높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왕복 2차로의 좁은 주택 진입로에는 ‘박근혜 대통령님 달성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 6개가 걸려 있었다. 창당을 요구하는 내용의 문구도 있었는데, 대부분 인근 주민 주민들과 기관·단체가 내건 펼침막들이었다. 자신을 수성구 거주 시민이라고 밝힌 환영 메시지도 집 담벼락에 붙어 있었다.

지난 14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오른쪽)의 모습. 왼쪽 건물은 경호동으로 활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4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오른쪽)의 모습. 왼쪽 건물은 경호동으로 활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집은 최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퇴원 후 대구에 머물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사저 예정지에 지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집회와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우려의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곳은 주거밀집지역인 대구 테크노폴리스 진입로 인근에 위치한 전원주택이다. 부지 1676㎡ 위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712㎡·약 216평)로 지어졌다. 이 집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주거용 건물과 3개 동의 부속 건축물이 있으며, 8개의 방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집은 박근혜씨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달 현재 집 주인인 달성군의 한 금속가공업체 대표에게서 사들였다. 총 매입 예정금액은 25억원이다. 현재는 계약금(2억5000만원)만 치른 상태로, 오는 22일 나머지 금액을 지불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사저 잔금 등 구입 비용의 출처와 모금 가능성,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입주 시점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향신문은 계약자인 유영하 변호사에게 전화·문자 등으로 질의를 했지만 유 변호사는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지난 14일 오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주변을 박씨의 지지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주변을 박씨의 지지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현재 사저 인근에는 박근혜씨 지지자들과 보수 성향의 유튜버, 언론 관계자 등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경호동으로 알려진 사저 옆 건물에는 인부 수십 명이 막바지 공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지난 14일에는 공사자재를 실은 트럭이 오가고 노동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면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등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사면 복권된 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박근혜씨는 퇴원 후 이곳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오는 22일 이 집으로 거처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호동 건물의 마무리 공사가 이달 말까지 예정돼 있어, 다음 달쯤에야 입주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경우 대선 직전 입주하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역 정치권의 관측이다.


지난 14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뒤편의 모습.

지난 14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뒤편의 모습.


박근혜씨 지지자들은 박씨의 대구 정착을 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남 합천에서 박근혜씨 사저를 둘러보기 위해 왔다는 조삼정씨(62)는 “(박근혜씨는)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곁에 두는 바람에 당하지 않아도 될 탄핵까지 당하고 불명예를 안게 된 안타까운 인물이다”면서 “사저 건물을 실제로 보니 가슴이 찡하고 좋다.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씨(68)는 “몇달 전부터 사저로 알려진 건물에서 개·보수 작업이 이뤄지는 것 같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저 관련)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근처에 있는 송해공원처럼 하나의 관광 명소가 되고 지역이 발전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주변을 박씨의 지지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주변을 박씨의 지지자들이 둘러보고 있다.


또 다른 주민 신승민씨(39)는 “(재임 때 공과를 떠나) 자신의 정치적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다만 사저로 알려진 곳이 주거 밀집지와 대구 도심을 연결하는 지점인 만큼 출·퇴근 시 교통이 혼잡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진입로에 지난 14일 박씨를 환영한다는 내용 등이 적힌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저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진입로에 지난 14일 박씨를 환영한다는 내용 등이 적힌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경찰은 당분간 사저 인근에 지지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불법 주·정차 단속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달성군은 혼잡을 우려해 박근혜씨 사저 인근에 임시 주차장과 이동식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는 차량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곤욕을 치렀다”면서 “지지자들이 사저로 오는 것을 아예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인력을 고정적으로 배치해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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