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비호감 난타전 벗어나
코로나 극복 미래 청사진 제시”
“기후위기 대응할 산업구조 재편
불평등 완화 복지 큰 그림 절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주관 2022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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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15일 0시를 기점으로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양강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4일 각각 ‘국민통합’과 ‘정권심판’을,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정권교체 적임자’, ‘양당 체제 교체’를 선언하며 총력 유세를 다짐했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 아래 야권 단일화와 가족 리스크 등 대선의 주요 화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이 단순한 표 계산을 넘어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정책적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펜데믹 이후 ‘리셋’ 대선
지난 19대 대선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을 계기로 한 ‘적폐청산’이 주된 의제였다면, 이번 대선에서 각 주자들은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심화된 양극화 해결방안과 한국 사회를 ‘새로운 질서’로 이끌 대전환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확인한 것은 기존의 낡은 제도와 관행을 리셋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이를 본격화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도 “현재 당면한 위기는 한 나라 단위의 수준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수준에서 엄청난 대전환이 일어나는 시대인데 한국이 선진국의 위치에서 이런 문제를 대면해보는 건 처음”이라며 “키워드는 ‘미래 전환’”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후보들이 이러한 ‘미래 전환’에 필요한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대선이 아니라 여전히 후보 자격을 논하는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는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 국민들에게 판단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과정으로서의 선거가 아니라, 후보 자질 시비가 주된 논란이 되면서 선거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도 “대선은 그 자체로 ‘공론의 장터’가 서는 것인데,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 개인을 향한 논란이 커지면서, 논쟁이 사라지는 선거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갈라진 민심 통합은 어떻게
이번 대선의 또다른 특징은 세대·진영·젠더 등 사분오열된 민심이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 당선되든 양당 체제의 한계로 국정 운영에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후보들이 지금부터 ‘통합’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원호 교수는 “(갈라치기 전략을) 심각하게 사용하고 난 다음에는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며 “시작부터 의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의 충돌이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일 대전대 교수도 “국민의힘이 집권을 하더라도 제1당의 협력을 받지 않고서는 국정을 끌고 갈 수가 없다. 민주당도 역시 종래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며 “양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다수결 민주주의보다는 다원적인 협의제 민주주의 방식으로 전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자의 ‘선의’에 기댄 통합형 인재 등용보다는 선거제도 개혁 등 제도를 통한 국회의 다원적 구성을 이끄는 데 대선 후보들이 앞장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갈라치기를 통해 당선이 되고 난 뒤 선심쓰듯 상대편에 손을 내밀기보다는 선거 과정에서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병근 교수는 “대선 후보들이 화합의 인재 등용을 얘기하지만 누가 거기 들어가서 허수아비 노릇을 하겠느냐”며 “제대로 된 합의제 정치를 이끌어나가려면 제도를 바꿔야 하고 그 제도의 출발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한 선거법 개혁”이라고 짚었다.
한국사회 대전환 머리 맞대야
전세계적 의제로 떠오른 기후위기와 이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재일 대전대 교수는 “소득과 자산 격차가 심해지면서 나타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복지와 함께 미래지향적인 성장도 여전히 중요하다”며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동시에 사회 타협적인 공정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윤철 교수도 “녹색 에너지부터 탄소중립 등 신산업으로의 이전이 진행되고 있고 플랫폼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며 “변화한 현실에 적응하면서 신산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워내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산업 구조로의 대전환과 함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복지’의 개념도 이에 맞춰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구조적 변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대선 후보들이 미세하고 구체적인 공약에만 집중하는 것은 이번 대선의 한계로 지적됐다. 박원호 교수는 “큰 비전을 제시하면 선거공학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후보들이 이를 피하고 있다”며 “탈모약 얘기를 할지언정 건강보험 체계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병근 교수도 “코로나 위기 극복이나 경제 성장, 양극화 해결과 정치 개혁 등 한국이 처해 있는 위기에 대해선 형식적으로 한두마디로 끝나고 만다”며 “국가의 개혁이나 정책 과제를 소홀히 다루면서 대선을 통해 민주주의가 진전되는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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