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오미크론 확산기에 너무 이르다"
12일 오후 9시에 맞춰 영업을 마친 대구 수성구의 한 횟집에서 종업원이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대구=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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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9시'로 대표되는 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일주일 남았지만, 방역당국과 정치권은 거리두기 해제는 물론, 방역패스 대폭 축소 가능성을 반복해서 거론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와 같은 섣부른 언급이야말로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의식한 '정치 방역'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위드 코로나'를 성급히 단행했다 4차 대유행을 불러온 교훈을 벌써 잊었냐는 지적이다.
오래된 고강도 방역조치에 정부가 먼저 '완화' 신호
13일 방역당국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방역완화 방침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처럼 보인다. 지난 11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방역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면, 언제라도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도 거리두기를 두고 "일주일이 더 남았지만, 그 안에라도 조정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TV토론회에서 "지금은 방역의 유연화, 스마트화가 필요하다"며 거리두기 완화를 주장했다.
이는 현재의 고강도 방역조치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다.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지난해 12월 사적모임을, 곧이어 오미크론 상륙 경보가 울리면서 1월 초부터 운영시간을 제한하는 등 2~3달간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60대 이상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3차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점, 그리고 중증화율은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까지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다가온 대선 의식한 '정치방역의 표본'" 비판
문제는 타이밍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경우 확진자 증가세가 이제 막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난달 26일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만3,007명으로 첫 1만 명 선을 넘었으나, 1주일 만인 지난 2일 2만268명으로 2만 명 선을, 사흘 만인 지난 5일 3만 명대 중반으로, 지난 10일에는 5만 명 선까지 넘었다. 이 때문에 2월 말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7만 명에 달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와 있다.
특히 지난 주 60세 이상 확진자는 일평균 5,383명으로, 그 전 주인 일평균 2,075명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오미크론 변이가 중증화율은 낮다지만, 앞으로 이 수치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지 주시할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병상 여력만을 근거로 섣부르게 사회적 방역을 완화하면, 지난해 11월 실시했다가 실패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정점'을 확인한 뒤에 사회적 방역을 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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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제 오미크론발 5차 유행이 시작하고 있는 단계인데, 정점을 확인하기 전까진 섣불리 사회적 방역을 완화해선 안 된다"며 "정부의 메시지는 정치적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표를 계산한, 국민들의 방역 피로감을 내세운 '정치방역의 표본'이라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이어 "아직 고위험군 감염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중환자 병상 여유에 만족하기엔 이르다"며 "향후 중환자수가 1,500명 이하로 유지될 때 완화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확진자와 위중증·사망률 지표는 2, 3주 정도 간격을 두고 나타나는데, 지금 지표를 근거로 방역을 푼다는 건 바보 같은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고위험군 중심의 검사에서도 확진자 5만 명 선이면 실제 확진자는 10만 명 이상이라는 얘긴데, 이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해제해선 안 된다"며 "이번엔 선거 때문에 또 위기를 자초하려 든다"고 날을 세웠다.
"최소한 오미크론 대응체계 안착 때까진 기다려야"
사회적 피로감 때문에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면 최소한 오미크론 대응체계가 안착될 때까지라도 사회적 방역에다 완충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재욱 고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재택치료, 검사 키트 공급, 약 처방, 진료 전달 체계 등 지금 도입되기 시작한 대부분의 정책들이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이때 사회적 방역을 완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방역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고위험군과 사회복지 시설 등에 대해서는 거리두기와 방역패스를 더 강화하는 등 위험도를 기준으로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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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는 완화하더라도 방역패스는 남겨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질병청 분석 결과를 보면 거리두기가 오미크론 확산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이고 중환자 병상이 부족할 가능성도 낮아보인다"고 하면서도 "진짜 고위험군을 보호해야 하는 시점인데, 이를 위해서는 방역패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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