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기자회견·언론 의혹 제기→시민단체 대리 고발전 양상
"정치력으로 해결할 것도 수사기관에 떠맡겨…중립성 지켜지겠나"
서울중앙지검 |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와 측근을 겨냥한 고소·고발장이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상대 후보를 고발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수사기관이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은 이달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FC 광고비 의혹',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고발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수사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최근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의혹'으로 고발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경근 부장검사)가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1일에는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민주당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이밖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 시의 고발사주 의혹,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 등 두 후보와 연관된 현안을 두고도 고소·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고소·고발에 나서는 주체는 주로 반대 정치 성향의 시민단체다.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은 지난해부터 윤 후보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30여 차례 고발했다.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사법시험준비생모임' 등 단체는 반대로 이 후보 측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고발해왔다.
대부분 정치권의 기자회견 내용이나 언론 보도 등을 근거로 의혹 제기 1∼2일 만에 고발이 이뤄졌다.
수사기관으로서는 일단 고소·고발장이 들어오면 각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하게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혐의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상대편을 압박하거나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형사 고발이 선거 때마다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 (CG) |
정치적 목적으로 고소·고발이 남발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검찰로서도 나름 방안을 내놓긴 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8월 '각하 대상 고소·고발 사건의 신속 처리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고 언론보도나 인터넷 게시물 등 만을 근거로 한 단순 고소·고발 사건은 인권보호관의 사건 처리 지연 여부 점검, 검찰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입건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고발 요건이 부족한 사건을 신속하게 각하할 근거를 만든 것이라 고발장 남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만약 고발장 자체를 반려하거나 입건 전에 별도의 절차를 둘 경우 어떤 사건은 입건하고, 어떤 사건은 입건하지 않는다며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수처는 그간 쏟아지는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사건조사분석 단계를 거쳐 입건할 사건을 선별해왔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잇따라 정치적 중립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지난달 입법예고를 통해 검찰·경찰처럼 사건 접수와 동시에 입건하도록 바꿨다.
수사 기관에 대한 정치권의 항의 방문도 잦아지자 최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아예 '면담 거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정치력'을 활용해 해결해야 할 문제까지 검찰 등 수사기관에 떠맡기거나 비방성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행태가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며 "말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너나 할 것 없이 검찰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생각들뿐"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위사실에 기반한 악의적 고발의 경우 무고죄를 지금보다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방안을 내기도 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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