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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나주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한달도 안남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격돌하면서 대선판은 격랑에 휘말리게 됐다. 그동안 중립을 유지해 왔던 문 대통령이 사실상 대선에 개입한 모양새라는 점에서 정치권은 지지세 판도를 놓고 복잡한 셈법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차기 대선과 관련, 엄정 중립과 공정관리를 당부하며 후보들의 개개 발언에 대해 말을 아껴 왔다. 하지만 최근 윤 후보가 ‘적폐청산 수사’ 등의 발언으로 현 정부를 적폐수사 대상으로 몰아가며 ‘문재인 정권 심판론’을 본격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침묵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직속 정권교체동행위원회는 전날인 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인터뷰 형식으로 윤 후보 생각을 밝히는 동영상 4편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에서 윤 후보는 "나는 이런 정권을 처음 봤다", "이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계승자라고 그러는데, 그거는 사기다" 등의 격한 표현을 쓰며 대립각을 높였다. 언론 인터뷰에서도 집권시 전 정부에 대한 적폐수사를 하겠냐는 질문에 "당연히 한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이 관여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지긴 했지만, 현 정부를 적폐수사 대상으로 언급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전날 고위 관계자의 입을 빌려 한 차례 ‘강한 불쾌감’을 표했지만, 윤 후보는 이에 "문제가 없으면 불쾌할 게 없다"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과 제1야당 후보가 격돌하면서 지지율 향방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론조사 등에서 정권심판론은 윤 후보의 지지율을 능가하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갤럽에 의뢰해 7~8일 1007명의 전국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정권교체 여론이 54.6%로 정권 유지 여론(37.5%)를 앞서고 있다. 다자구도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40.1%인 점을 고려하면, 정권심판론을 부각하는 것이 윤 후보의 지지율 견인에 기여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이슈가 계속 살아 있는 상황에서 정권심판의 적임자로 윤 후보가 자리매김하는 것은 단일화 국면 또는 단일화를 배제한 채 독자완주하는 국면 모두에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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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권 후반기에도 4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으로 인해 친문 지지층이 여당 후보로 결집하는 효과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직접 발언도 그렇고 (발언의) 수위가 높아서 (대통령께서) 화가 많이 나셨다고 본다"며 "소위 친문세력 의원들과 많이 통화했는데, 다들 격노해서 그 동안 소극적으로 했던 분들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하고 있다"며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막판변수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권심판론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격돌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공식반응은 아직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권을 막론하고 부정한 사람들에 대한 수사를 공정하게 진행했던 우리 후보가 문재인 정부도 잘못한 일이 있다면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론을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청와대가 발끈했다"며 "원칙론에 대해서 급발진 하면서 야당 후보를 흠집내려는 행위는 명백한 선거개입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28일간 청와대가 야당후보를 사사건건 트집잡아 공격하려고 하는 전초전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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