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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물가 강력 대응” 큰소리 쳤는데…유가 100달러에 쓸 카드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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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90달러 넘어…작년 1월보다 72%↑

국내 1월 석유류 소비자물가 16.4% 올라

이르면 내달말 유류세 인하 연장 검토

유류세 인하율 확대 검토에는 `부정적`

[세종=이데일리 임애신 기자] 물가 안정에 대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강한 의지에도 현실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많지 않다. 물가 상승의 주원인이 국내 수급이 아닌 국제유가에 있어서다. 정부가 이미 가장 강력한 정책 수단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경우에 대비한 추가 대책을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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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9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TF 제12차 회의’를 주재했다. (사진=산업부)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무역보험공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동향을 점검하고 위기 시 석유 수급 대응 계획 등을 점검하기 위해 ‘에너지·자원 수급관리 태스크포스(TF)’ 제12차 회의를 개최했다.

국제유가 90달러 껑충…100달러 시대 열리나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목전에 두며 대표적인 원유 수입국인 우리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1월 4일 배럴당 52.49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이달 8일 90.42달러로 72.2% 껑충 뛰었다. 이 영향으로 국내 휘발윳값도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리터(ℓ)당 1428.43원에서 1691.81원으로 270원 넘게 상승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오가며 기름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업체인 플래츠와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등 주요 기관은 올해 국제유가가 80달러선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JP모건 등 일부 투자은행은 국제 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기업의 원가 부담으로 작용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1월 -8.9%였던 석유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같은 해 4월 13.4%, 8월 21.5%, 12월 24.6%, 올해 1월 16.4%로 고공행진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유가가 평균 100달러를 기록하면 물가 상승률을 1.1%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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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물가관리 한은 책무…정부 역할 제한적

우리나라가 원유 수입국이다 보니 국내 석유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은 제한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가를 예측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서 원자재가 부족한지, 가격이 오르는데도 원자재가 부족한 것인지 수급과 가격을 별도로 본다”며 “가격이 오르는 부분은 세제 조치를 하고, 물량이 부족할 경우 비축유 방출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국내 수요와 공급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위험 등 세계 공통 요인에 기인한 탓에 국내 물가만 안정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 한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이 안 되기 때문에 구조적인 요인으로 정부의 물가 관리 정책은 10년, 2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귀띔했다. 실제 국제유가가 치솟을 때마다 유류세 인하를 비롯해 수입 원유 관세 인하, 대체 수입처 발굴, 대체 원유 수입선 모색, 민간 비축의무 완화, 정부 비축유 방출 등이 지금껏 정부가 펼쳐 온 정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상반기 물가 오름세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반드시 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물가 안정은 한국은행의 주책무로 정부 역할이라고 볼 수 없다”며 “직접적인 물가 안정보다 유류세를 인하했을 때 서민 경제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류세 인하율 확대…“쉽지 않은 시나리오”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부는 이번에도 유류세 인하를 꺼내 들었다. 유류세 인하는 모든 정책 수단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효과가 있어 국제유가가 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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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사진=뉴스1)




정부는 지난해 11월12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6개월 간 유류세를 20% 인하를 결정하고 시행 중이다.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가격에 반영되면 ℓ당 휘발유는 164원, 경유 116원, LPG는 40원씩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조용래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유류세 인하는 100% 반영된 상황”이라며 “작년 11월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았으면 지금 휘발윳값이 2000원 가까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3월 말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검토에 착수한다. 유류세 조치를 연장하더라도 지금처럼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높지 않을 전망이다. 유류세 20% 인하 조치가 이뤄진 것은 국제유가가 80달러 초반일 때이기 때문.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해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는 도움이 된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유류세 인하율 확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번 20%의 유류세 인하율이 역대 최대 폭인 데다 세금이라는 게 한 번 문턱이 낮아지면 그 수준을 유지하길 원하는 면이 크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가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폭인 20%를 시행 중이기 때문에 인하율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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