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끝장낼 수 있긴 한 건가…유럽에 더 '아픈 손가락'일 수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부각되는 유럽 에너지 안보 위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2월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노드스트림2를 끝장내겠다"고 말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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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노드스트림2를 끝장내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함께 노드스트림2의 직접적 이해 당사국인 독일 숄츠 총리도 "관련해 (미·독) 양국은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독일로 운송하기 위한 가스관 연결사업 노드스트림2는 서방이 가진 대러 제재의 핵심 카드다. 다만 에너지 안보 관련 유럽의 복잡한 지정학과 지경학이 얽혀 있는 게 ´함정´이다.
8일(현지시간) CNN은 이 같은 노드스트림2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를 소개하고 근본적 의문을 던졌다. 바이든은 정말 노드스트림2를 끝장낼 수 있나.
◇13조원 들여 지은 '러-독' 해저 가스관
노드스트림2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배송하는 가스관 중 가장 최근 건설된 것이다. '북쪽의(Nord)'란 의미로, 우리나라에서는 독일어식 발음에 가까운 '노드'스트림이나, 러시아어 발음에 가까운 '노르트'스트림으로 불린다.
가스 유입이 시작되면 연간 550억 입방미터를 공급하게 되는데, 이는 독일 연간 가스 소비량의 50%도 더 된다. 노드스트림2 가스 공급을 독점하는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의 수익은 작년 평균 수출 가격 기준 최대 150억 달러(약 17조 9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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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 때부터 제기된 '에너지 안보' 우려
노드스트림2가 완공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친 배경엔 유럽의 복잡한 이해가 얽혀 있다. 러시아산 에너지가 발전용·난방용 전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부유럽과 동유럽에서 에너지는 주된 정치 이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 가스 공급을 수차례 중단했고, 그때마다 중부·동유럽 에너지 안보 위기로 이어지곤 했다.
미국과 영국, 우크라이나 및 다수 유럽연합(EU) 회원국은 2015년 노드스트림2 프로젝트 발표 당시부터 유럽 에너지 수급 관련 지나친 대러 의존도 증가를 우려해 반대해왔다.
이런 우려는 지난해 말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해 11월 서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를 제기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자, 독일 정부는 노드스트림2 승인을 보류했다. 그러자 러시아는 야말-유럽 라인 공급을 일시 중단하는 '몽니'를 부렸고, 이에 작년 말 유럽 가스 가격은 연초 대비 최대 800%까지 급등했다. 러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얼마만큼 흔들 수 있는지 그 위력을 새삼 과시한 셈이다.
◇러시아 변화 꿈꿨던 슈뢰더와 메르켈의 바람
국내외 반대에 수차례 무산 위기를 맞던 노드스트림2 사업을 살려낸 건 사실상 'EU 수장'에 가깝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다. 동독 출신의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 중국과도 실용·균형 외교를 유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숄츠 현 총리는 메르켈의 퇴임 직전 임기 기민연합·사민당 연정의 부총리이기도 하다.
슈뢰더 전 총리는 2000년 탈원전을 약속했고, 이 공약을 메르켈 전 총리가 이어받아 실행에 옮겼다. 같은 맥락에서 슈뢰더 전 총리는 노드스트림1을, 메르켈 전 총리가 노드스트림2를 추진한 것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퇴임 후 노드스트림 주주위원회에 있었고, 지난주엔 가즈프롬 이사회 멤버로 지명됐다. 가즈프롬은 노드스트림2의 유일 주주다. 다만 노드스트림2 사업 총 비용의 절반은 독일 유니퍼와 윈터쉘, 영국 쉘, 프랑스 엔지, 오스트리아 OMV 등 유럽 에너지기업 5곳이 분담한다.
독일이 지난 20년간 러시아에 투자한 건 러시아를 현대화하고 정치적 변화를 일으키기 위한 바람에서였다고 울리치 스펙 독일 마셜펀드 선임 펠로우는 분석했다. 그는 "이제 이 모든 경제관계가 지정학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며 "이제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005년 11월 22일 베를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퇴임하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바라보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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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하던 숄츠, 결국 바이든과 한목소리
숄츠 정부는 상대적으로 대러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국내외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숄츠 정부는 '과거 역사 문제상 독일은 전장에 치명적 무기를 공급해선 안 된다'는 논리에서 우크라이나에 전투 자원을 지원하지 않아온 터였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지난 6일 방미를 계기로 전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미독 정상회담이 있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마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처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아주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독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숄츠 총리는 '노드스트림2 플러그를 뽑을 준비가 돼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절대적으로 단결했다. (미국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며, 러시아에 매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정말 노드스트림2를 끝장낼 수 있나
문제는 미 정부 당국자들이 노드스트림2를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그 방법론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CNN은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 방법론을 묻는 질문에 "약속한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만 답했다.
미국은 노드스트림2 건설 과정에서도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미 의회연구서비스에 따르면 2017년과 2019년, 2020년 3차례 노드스트림2 관련 제재 법안이 통과됐고, 2021년에는 노드스트림2 관련 건설 자재 운반 선박이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드스트림2 파이프라인이 완공됐고, 이는 추가 제재가 과연 노드스트림2 연결을 막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하는 의문을 낳는다고 CNN은 짚었다.
지난 12월 발간된 의회연구서비스 보고서는 "미 당국자들은 노드스트림2 파이프라인 가동을 막는 데 있어 미 행정부의 역량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서 굳은 표정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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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스트림2 중단, 누구에게 더 아픈 카드일까
천연가스는 러시아 경제의 주요 수입원이고, 러시아 천연가스의 최대 수출처는 유럽이다. 그런 점에서 노드스트림2는 에너지와 관련해 유럽의 힘의 균형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CNN은 짚었다. 현재 러시아에 우크라이나가 필요한 것도, 러시아가 유럽 국가에 판매하는 천연가스 상당량이 우크라이나를 거쳐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 리리크 유럽외교위원회 연구원은 독일에 있어 노드스트림2 중단은 법적으로도 복잡한 문제인 반면, 러시아가 느끼는 노드스트림2의 중요성은 실제보다 과장되게 인식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은 노드스트림2를 원하지만, 그렇게 많이 원하지는 않을 수 있다"며 "푸틴이 노드스트림2보다 명백히 더 원하는 건 우크라이나다. 노드스트림2는 푸틴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뭔가(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방이 할 수 있는 건 유럽 에너지 위기 대비하는 것뿐
미국은 동맹국들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를 대비한 비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달 가스 생산량 증대 관련해 각국 및 기업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 아시아로 공급되던 카타르 물량 등을 유럽으로 돌리는 노력도 전개 중이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7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관련 미국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며 "노르웨이 등 다른 가스 공급처와도 공급량 증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파이프라인과 가스액화시설을 구축하는 데에는 몇 년이 걸린다. 이제와서 뒤늦게 화석 연료를 재배치하려면 카타르 등 주요 수출처와의 협력도 필요하다.
전략국제학연구소의 에너지 전문가 니코스 사포스는 약간의 공급 중단과 유럽에서 러시아 가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혀 다른 얘기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 흐름의 차단은 고통스럽긴 하지만 감당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 에너지 수출의 전면적인 차단은 재앙이 될 것이다. 유럽이 러시아의 수출량을 대체할 유의미한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중 눈을 감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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