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선이 목표”…단일화에 계속 선 긋는 안철수의 생존법

[경향신문]
관훈클럽 토론회서 “제가 정권교체 주역 되러 나왔다”
먼저 단일화 거론 땐 지지율·협상력 하락 우려 ‘신중’
이·윤 초박빙 판세 땐 몸값 올라가 운신의 폭 넓어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20대 대선 후보 초청 관훈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안 후보는 요지부동이다. 이는 안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을 거론할 수 없는 상황과 관련 있다. 단일화를 먼저 언급할 경우 지지율이 빠질 수 있고, 지지율 하락은 실제 단일화가 진행될 경우 협상력 하락으로 귀결될 수 있다. 또 대선 출마 명분인 양당 체제 극복과 단일화는 모순된다. 안 후보로선 시기나 명분상 단일화를 언급하기 어려운 셈이다.

안 후보는 8일 단일화 가능성을 평소보다 더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당선이 목표이지 완주가 목표는 아니다”라며 “정권교체 주역이 되러 나왔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화는 후보자 간 담판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단일화를 고민하지 않다 보니 방식을 고민해본 적은 더더욱 없다”고 했다. 단일화 방식으로 거론되는 DJP(김대중+김종필) 방식의 공동정부론에 대해서도 “양당 어느 쪽이 집권해도 내각도, 국민도 반으로 나뉘어 있을 것”이라며 “제가 유일하게 실질적인 국민통합 내각을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고 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을 받지 않았다는 것도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안 후보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등을 만나 단일화를 논의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허위”라고 부인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CBS 라디오에서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0%인가’라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두 사람이 만날 상황이나 시기 등은 전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를 원하더라도 현시점은 먼저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안 후보가 단일화를 언급할 경우 지지율 하락이 가시화할 수 있다. 유의미한 지지율이 있어야 완주도 할 수 있고, 단일화를 하더라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선거가 약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안 후보가 먼저 단일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다.

안 후보가 이 후보 또는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하기에도 명분이 약하다. 안 후보는 대선 출마 이유로 양당 체제 극복을 역설했다. 다른 정당과 연합하는 것은 출마 이유를 뒤집는 셈이 된다. 양당 체제 극복보다 정권교체나 정권 재창출이 우선이라는 명분 축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안 후보가 현시점에 단일화 논의에 뛰어들 경우 명분과 지지율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 단일화 반대 세력도 안 후보에게 걸림돌이다. 이준석 대표는 연일 단일화 불가론을 강조하며 안 후보를 비판한다. 국민의힘 내 에는 단일화에 대한 찬반 입장이 혼재돼 있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 내부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단일화를 먼저 제안할 유인이 낮다.

결국 안 후보가 단일화 논의에 들어가더라도 좀 더 시간을 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거일이 임박할수록 거대 양당 후보에 각 지지층이 집결할 것이란 관측도 안 후보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가 원하는 그림은 ‘나랑 단일화하자’ 이런 정도가 아니고 윤석열 후보가 찾아가는 모습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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