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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선 앞두고 ‘추경 증액’ 다툼만…‘재정 큰 그림’ 논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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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여력 탄탄하지만…어두운 향후 전망

대선 앞두고 재정운용 밑그림 없는 정치권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8일 국회 본청 앞에서 오미크론 대응을 위해 추경안 대폭 증액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는 민주당 의원들을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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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쿠데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거”.

추가경정예산안 증액에 반대해온 정부를 향해 그간 정치권에서 쏟아진 날 선 목소리들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도 유력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터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의 표를 조금이라도 더 끌어와야 하는 정치적 상황도 대규모 증액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커지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유력 대선 주자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취약 계층에 대한 적극 대응 노력과 함께 집권 이후 최소 5년간 재정 운용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재정 공약’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력 후보 진영은 이런 목소리엔 묵묵부답이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19는 전대미문의 사태이기 때문에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정치권에서 이번 대선에서 향후 재정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꾸려나갈지에 대한 계획도 함께 발표해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한 곳인 피치는 지난달 한국의 국가신용등급(AA-)을 유지하면서도 신용등급 하향 조정 요소 중 하나로 급격히 상승 중인 국가채무비율을 꼽았다. 피치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는 재정 여력에 대한 전망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은 현시점에서는 주요국에 견줘서 한국의 재정 여력은 탄탄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그 양상이 달라질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인구가 급격히 주는 반면 생산성 개선은 더디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나 생산성 개선은 단기간에 그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닌 터라 고령화에 따른 복지 지출 확대와 더불어 일찍부터 재정 여력을 줄이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혀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0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20년 뒤 국가채무비율이 현재보다 두배 가량인 101.2%, 2060년께는 160%에 이를 것이라고 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리 환경도 바뀌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남짓 이어져 온 저금리 환경 저물면서 재정 여력도 줄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무를 더 늘리지 않아도 늘어나는 이자 부담 탓에 재정 여력은 감소한다. 구체적으로 지표 금리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20년 연평균 1.23%였으나 최근엔 2.71%까지 뛰었다. 2년 남짓 만에 금리가 두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한국을 포함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앞으로 정책 금리를 꾸준히 끌어올릴 예정인 터라 시중 금리 상승 흐름은 더 지속될 공산이 높다.

이런 까닭에 역대 대선에선 주요 후보들은 구체성은 약하더라도 대략적인 재정 운용 밑그림은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확장적 재정 운용의 필요성과 함께 지출 조정과 고소득자·대법인 증세를 통해 임기 중 연평균 13조2천억원 규모의 재정 확충 계획을 후보 시절 공약했다. 앞선 정부를 이끌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 지출 구조조정 등을 뼈대로 한 재정 공약을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내놓은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어느 후보 쪽이든 재정 운용과 관련해선 추상적인 언급에만 머물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의 윤후덕 정책본부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코로나19와 저성장을 극복할 때까지는 필요한 만큼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며 “뼈를 깎는 지출 구조조정과 예산 재배치, 조세감면 정비 등으로 재원을 충당하고 그래도 부족할 시에는 국민적 동의를 모아 세원 확보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김용태 정책부본부장은 “순환적 복지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하고 나머지 예산은 구조조정을 해나가면서 균형재정을 맞춰나간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만 말했다. 윤 캠프에선 구체적인 지출 구조조정 계획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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