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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돈은 '취향공동체'로 흐른다…매출 1조 넘긴 쇼핑몰 전략

중앙일보 이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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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돈은 '취향공동체'로 흐른다…매출 1조 넘긴 쇼핑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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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주희진(30·서울 공릉동)씨는 옷을 살 때 온라인 패션 편집숍인 ‘W컨셉’을 자주 이용한다. 상의·하의·겉옷 등 종류별로 다양한 브랜드의 옷들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실제 입어 본 후기가 많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주 씨는 “무엇보다 신규브랜드가 꾸준히 입점해 요즘 유행하는 옷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만족해했다.

패션 전문몰인 'W컨셉' 앱 화면. [사진 W컨셉]

패션 전문몰인 'W컨셉' 앱 화면. [사진 W컨셉]





코로나 속 고성장 ‘온라인 패션몰’



옷이나 화장품은 귀찮더라도 매장에 직접 가서 자신에게 잘 맞는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품목이다. 하지만 이런 ‘취향중심’ 특성이 비대면 쇼핑 추세와 맞물리면서 최근 온라인 ‘패션 전문몰’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가운데 패션 전문몰의 거래액은 13조95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1% 늘어났다. 같은 기간 네이버·쿠팡 등 여러 상품군을 파는 종합몰에서 패션부문 거래액이 5.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큰 성장세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패션 전문몰 시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패션 전문몰 시장.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문몰은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즉 ‘버티컬커머스’를 일컫는다. 식품 분야의 마켓컬리나 오아시스마켓, 인테리어 분야의 오늘의집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패션은 사업 성장과 투자 유치 등이 가장 활발한 분야다.



패션 플랫폼들 속속 ‘1조 클럽’ 진입



국내 패션 전문몰 1위인 무신사는 이미 거래액 2조 시대를 열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29CM·스타일쉐어·솔드아웃의 지난해 거래액의 합은 2조3000억원이다. 카카오그룹이 인수한 ‘지그재그’도 지난해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선 ‘에이블리’와 ‘브랜디’가 올해 거래액 1조원 클럽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SSG닷컴이 인수한 ‘W컨셉’의 거래액 역시 매년 30~40%씩 성장해 지난해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선보인 뷰티 전문몰 ‘에스아이뷰티’는 출시 두 달도 안 된 지난 1월말 기준으로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수가 32만명에 육박한다.

주요 패션 전문몰 거래액 증가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패션 전문몰 거래액 증가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에이블리는 지난달 신한금융그룹의 SI펀드 등으로부터 670억원 규모를 투자받았고, 30~5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패션플랫폼 ‘퀸잇’은 최근 카카오벤처스 등에서 36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나이·소득보다 ‘관심사’로 모인다



패션 분야가 ‘넥스트 이커머스’로 떠오른 이유는 전문몰이 가지는 전문성과 편의성이 소비자 특성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온라인 쇼핑에 가속도가 붙은 가운데 취향과 개성이 중요한 10~30대가 주된 소비층으로 떠오른 게 결정적이다. 이승진 무신사 커뮤니케이션 실장은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종합몰처럼 모든 것을 파는 것이 아닌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별해주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몰이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신사의 앱 화면. [사진 무신사]

무신사의 앱 화면. [사진 무신사]


실제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세대별로 가장 많이 사용한 쇼핑앱을 조사해 보니 10·20대에서 에이블리·무신사·브랜디·지그재그·스타일쉐어 등 패션 전문몰 앱이 상위를 휩쓸다시피 했다.

무엇보다 패션 전문몰은 후기나 댓글 등을 통해 패션 트렌드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취향 공동체’의 기능을 한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요즘은 나이와 성별, 소득에 상관없이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이는 ‘태그니티’ 가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많은 상품 중에 나와 맞는 그곳에서 사는 게 중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니티는 인스타그램 등에서 해시태그(#)를 걸어 관심사와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합친 말이다.


뷰티 전문몰 '에스아이뷰티'의 커뮤니티 기능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 전문몰 '에스아이뷰티'의 커뮤니티 기능들. [사진 신세계인터내셔날]





코로나 종식 기대감에 사업 확장 박차



코로나19로 저조했던 패션 시장도 올해는 부활이 기대된다. 패션 업계의 한 상품기획자(MD)는 “코로나가 여전히 기승이지만 올해는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색상이 화려하고 외출복에 어울리는 옷들이 많이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패션 전문몰들은 우호적인 시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골프·키즈·뷰티·명품·남성 등으로 카테고리 다양화, 커뮤니티 기능 확대, 생태계 확장 등을 통해서다. 스타일쉐어의 경우 이용자 후기를 브랜드가 올린 소개보다 더 주요하게 배치하고 있으며, 지그재그·에이블리·브랜디 등은 일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무신사는 최근 투자 자회사인 무신사 파트너스를 통해 신진 브랜드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전미영 위원은 “롯데백화점 스타일, 이마트 스타일이란 말은 없어도 ‘무신사 스타일’이라 말은 있다”며 “기업들도 맞춤형 제안 기술과 배송 역량 강화 등을 바탕으로 브랜드가 아닌 플랫폼을 보고 사는 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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