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정당한 문의…조치와는 무관”
야당선 “방송 통제” 한목소리 비판
SBS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이재익 피디.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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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비에스>(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하는 이재익 피디(PD)가 더불어민주당의 항의로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문의와 항의는 정당한 권리”라고 했으나, <에스비에스> 노조는 “방송 독립 침해”라고 반발했다.
이 피디는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4일 방송 이후 이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민주당 쪽 항의가 들어왔다”며 “이튿날인 5일 회사로부터 선거 개입 문제가 있다며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문제 삼은 것은 4일 방송 첫 곡으로 틀었던 가수 디제이 디오시(DJ DOC)의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때문이었다는 게 이 피디의 주장이다. 해당 노래에는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 피디는 당일 방송에서 “가사가 의미심장합니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뽑으면 안 돼요. 이런 사람이 넷 중에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았어요. 여러분들 머릿속에 있겠죠. 이런 가사를 들었을 때”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사람을 뽑으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안 되겠죠. 누구라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 그럼 이 방송 없어져요”라며 웃었다.
이 피디는 통화에서 “‘이런 후보는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을 때 어떤 후보가 연상된다면 그게 진행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후보의 잘못인가. 내로남불이란 말을 꺼냈을 때 특정 후보가 떠오른다고 앞으로 방송에서 절대 말을 하면 안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내 발언이 낙선운동이 될 확률이 1%라면 언론 자유에 해당할 가능성은 999%라고 생각한다”며 “후배 피디들은 이번 사건으로 현장 분위기가 위축될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은 7일 “민주당의 언론과 방송 재갈 물리기 시도가 도를 넘고 있다”며 ”야당은 비난해도 되지만, 여당을 비난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유신 정권의 금지곡 사태가 떠오를 만큼 어처구니없는 진풍경”이라며 민주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창인 선대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김씨와 공무원 갑질-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뜨끔했나 보다”며 “본 사건으로 대한민국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노래 선곡도 자유롭게 못 하는 나라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민주당과 이 후보는 본 사건에 대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적이 있는지 정확하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이 피디가) 방송 중 이 후보의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이 후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언급하며) 절대 찍으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며 “방송은 공인이 하는데 특정 후보를 찍지 말라는 것은 선거법상 저촉된다”고 주장했다.
<에스비에스>(SBS)노조는 이날 ‘졸렬한 권력은 비판을 참지 못한다’는 성명을 내어 “사회 이슈를 전하며 권력을 비판하는 건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가사 한 구절에 시사프로그램의 근본적 역할마저 부정하고 나선 집권여당의 왜곡된 언론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성명은 또 “다의적 표현이 날카롭고 따끔하게 느껴졌으면 부끄러워하고 반성부터 하는 게 정상이다. 언론사에 항의부터 하는 후진적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권력을 이용해 다짜고짜 언론사 간부에게 항의하는 건 명백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침해”라고 지적했다. 또 회사 쪽을 향해서도 “항의를 받을 때마다 진행자를 교체한다면 어느 누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존속될 수 있겠는가”라며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진상규명을 위해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신속히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피디연합회도 성명을 내 “정치 편향성이 문제라면 방송통신심의위의 판단을 기다려 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뭐가 그리 급해서 항의 전화에 단 하루만에 이런 식으로 화답했는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SBS는 최소한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이 부당한 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에스비에스 라디오센터는 입장문을 통해 “SBS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 이재익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되었다고 판단해 결정되었다”며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 때문에 이재익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김예란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정치를 소재로 한 유머는 민주주의를 위한 문화 정치의 핵심 요소로, 이 피디의 발언이 선거 개입으로 이어진다는 논리가 희박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은 에스비에스에 항의를 한 행위를 비롯해 방송사로 하여금 과도하게 강박적인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짚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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