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운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24일 ‘2021 중앙포럼’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3·9 대통령 선거가 7일로 꼭 30일을 남겨두게 됐다.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선 늘 사회의 불확실성이 고조된다. 이를 감안해도 20대 대선의 불확실성은 유독 높다. 거대 양당 후보의 초접전으로 한 달 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국정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전하고 설득하는 과정은 비호감 경쟁에 상대적으로 묻혔다. 대선 결과도, 이후 국정운영 항로도 안개에 쌓인 이중의 시계제로 대선이다.
현재까진 거대 양당 후보의 양강 구도가 유지되는 중이다. 선거 과정에서 노출된 후보자들의 약점은 집권 이후 불안 요소다. 안정적 국정운영 능력을 보이기 위해 남은 한 달 간 두 후보가 우선 풀어야 할 과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논란, 최근 불거진 가족 리스크가 반복되지 않을 거란 확신을 주는 작업이 과제로 꼽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정치신인’ 꼬리표를 떼고 수권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불리한 국회 상황에서 안정적 국정운영의 길을 찾아낼 거란 확신을 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대선 다음날부터 시작될 국민통합 작업의 적임자임을 설득하는 것은 공통의 숙제다.
결국 누가 먼저 불안요소를 덜어내고 3·9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기대로 바꾸어내는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대선 결과, 그리고 30일 뒤 들어설 새 정부의 초기 순항 여부가 달렸다.
■D-30, ‘국민통합’ 숙제 풀기 경쟁
두 후보는 최근 경쟁적으로 국민통합 행보에 나서는 중이다. 그간 네거티브 경쟁이 대선 정국을 지배하면서 극단적 대립과 갈라치기 양상이 도드라졌다. 누가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가 되든 대선 직후부턴 국민 여망을 한 데 모아야 한다. 이 때문에 두 후보의 국민통합 메시지는 선거 전략인 동시에, 집권할 경우를 내다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 ‘임인년 국민과의 약속’ 첫번째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행정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은 특정 진영의 편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편이 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6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선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 총동원해서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선 진영 가리지 않고 인재를 쓰는 국민 내각, 통합 정신이 관철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도 부쩍 국민통합 메시지에 집중한다. 선거를 한달 여 앞두고 5~6일 1박2일로 제주와 호남을 찾은 것도 그 일환이다. 전날 제주 강정마을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며 “자유대한민국의 국민통합은 여기 강정마을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고,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선 “5월 정신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정신”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합 대통령’으로서의 모습을 한 달 전부터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5년 내내 ‘적폐청산’을 외친 현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앞으로 누가 되든 국민들이 걱정할 국론 분열, 이념 갈라치기가 없을 것이라는 상을 보이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경쟁력’으로 불안 넘겠다
민주당은 남은 30일 ‘후보 경쟁력’을 강조하는 전략을 짰다. 선거의 최대 악재인 정권교체 여론을 줄이기 위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 ‘정치교체’ 프레임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에선 문 정부와 차별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완화 공약을 연거푸 내놓고,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인할 수 없는 정책 실패”라고 사과했다. 여권의 내로남불 논란을 두고는 조국 전 장관 논란에 사과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민주당에 ‘내로남불’이란 이름으로 질책하시기도 했는데, 틀린 말이 아니라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 대응책으론 정치교체 프레임을 강조한다. 이 후보는 지난달 26일 “여의도에 갇힌 기득권 정치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통합정부 구성, 30·40대 장관 기용 공약을 밝혔다. 최근 불거진 ‘가족 리스크’도 이 후보가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후보측은 ‘이 후보의 경쟁력’을 앞세워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선대위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미워도, 후보의 경쟁력을 보고 미래지향적 투표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첫 TV토론에서 자신을 “민생과 경제를 챙길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초 일각에서 우려했던 이 후보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우려는 일부 덜어냈다고 본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 철회,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합의 강조로 이 후보의 실용주의자적 면모가 드러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선대위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대선은 결국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며 “안정된 국정운영 비전을 갖춘 이 후보의 면모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수권 능력’으로 우려 불식하겠다
국민의힘은 한달 여간 정권교체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수권 능력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대선 토론회와 정책 공약, 미래 비전 발표로 현 정부의 실책을 드러내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약점으로 지적된 ‘정치신인’ 프레임은 지난 7개월간의 행보로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본다. 여기엔 첫 TV토론에서도 밀리지 않으면서 불안요소를 덜어냈다는 판단이 깔렸다.
당내에선 ‘공정과 상식’이라는 정치적 화두를 구체적 공약과 연결하는 작업이 더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여야 모두 토론 과정에서도, 공약에서도 개별적 사안을 넘어 ‘대선 이후 한국이 어떤 나라로 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상위 개념이 부족한 판이다 보니 불안감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무엇을 수행할 수단으로서 윤석열을 택해야 할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 7개월간 수 차례 정치적 리더십의 시험대에 섰다. 정치신인이라는 꼬리표를 단 만큼 당 내홍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정치력 평가가 거듭됐다. 일단 국민의힘에선 홍준표 의원이 선대본부에 합류하고,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도 봉합하면서 무리 없이 갈등을 조정했다는 데 방점을 찍는다. 향후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복합적인 갈등을 순조롭게 풀어갈 수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게 남은 과제로 꼽힌다. 집권 시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은 한동안 피할 수 없는 상수다. 선대위 관계자는 “청와대를 사실상 해체하고 광화문으로 옮기고 민관 합동의 국정운영 컨트롤타워를 꾀하는 공약에도 향후 국정 운영에 대한 고민이 깔려있다고 본다”면서 “실질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자질을 계속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유정인·곽희양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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