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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올림픽] 수교 30주년에 불거진 개회식 한복 파장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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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의 한복 기원 논쟁 떠올리며 반발…정치권·정부 나서

중국선 "한복을 민족의상으로 여기는 170만 조선족 대표한 것"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공교롭게 한중 수교 30주년의 해인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등장한 한복을 둘러싸고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이 문제가 한국 내 반중감정에 불쏘시개가 돼 양국 민간 정서의 괴리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이 중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정부도 나섰다.

개회식에 참석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5일 "중국 측에서는 조선족이 소수 민족 중 하나라고 한 건데 양국 관계에 오해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부 당국자는 6일 "한복이 전 세계의 인정을 받는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 중 하나라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 측에 고유한 문화에 대한 존중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초한 이해 증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해 전달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냉정하게 볼 때 근래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한중간 한복 기원 논쟁과는 맥락이 다른 사안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연합뉴스

[올림픽]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베이징=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한 공연자가 손을 흔들고 있다. 2022.2.5 hwayoung7@yna.co.kr


◇중국 56개 민족 표현 과정서 한복 등장

우선 이번 논쟁의 시작부터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복은 4일 밤 열린 베이징올림픽 개회식의 오성홍기 게양 순서에서 등장했다.

중국 각 민족의 복식을 차려입은 공연자들이 오성홍기를 게양대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포함됐다. 한복 입은 여성은 중국의 56개 민족 중 조선족을 대표하는 것으로 설정된 공연자였던 셈이다.

이 장면에 한국에선 '중국이 한복을 중국 문화로 간주하고 홍보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다.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 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떠올리게 하면서 '중국의 한국 문화·역사 침탈'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욱이 2020년 중국의 몇몇 드라마에 한복이 등장한 것을 계기로 한복 기원 논쟁이 한중 네티즌 사이에 불붙었던 기억이 있던 터라 국내 여론은 즉각 반응했다.

당시 일부 중국 네티즌은 "한복은 명나라 복식을 근거로 개량한 것"이라며 한복의 기원이 명나라라는 억지 주장을 펴 국내 네티즌들의 반발을 불렀다.

한복은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오는 동안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교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한복의 기원이 명나라라는 식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당시 국내 학계의 지적이었다.

연합뉴스

[올림픽] '치마 저고리에 댕기머리',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베이징=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치마 저고리와 댕기 머리를 등 한복 복장을 한 공연자가 개최국 국기 게양을 위해 중국의 오성홍기를 옮기고 있다. 2022.2.5 hkmpooh@yna.co.kr


◇중국내 170만 조선족 존재와 연결된 논쟁

한국에서 이번 일을 중국의 문화 침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중국에서는 '소수민족 정책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절대시하는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계기로 55개 소수 민족의 통합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각 민족별 의상을 입은 공연자를 내세웠고 그 맥락에서 한복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올림픽 개회식에서 중국 내 56개 민족 의상의 하나로 한복이 등장한 것과 2년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한복 기원 논쟁은 서로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이는 한국 국민과 같은 한민족이면서, 중국에서 중국 국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조선족이 존재하는 실재적 현실과 연결된다.

2021 중국통계연감'에 따르면 조선족 총인구는 170만여 명으로, 14억 인구의 중국에서 대략 1천명 중 한 명이 조선족인 셈이다. 즉 한복을 자기 민족 고유 의상으로 여기지만 국적이 중국인 사람이 170만 명 가량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민족을 표현하는 내용을 개회식 프로그램으로 아예 넣지 않았다면 모를까 조선족을 의상으로 표현하면서 한복 외에 다른 대안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중국 측 인사들의 시각이다.

한 조선족 학자는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조선족은 춘제(春節·중국의 설) 야회(중국 방송사가 설 특집으로 하는 대규모 오락 프로그램)를 시청할 때면 의식적으로 한복 입은 조선족이 출연하는지 안 하는지를 살펴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민족 국가에 살면서 각 민족을 형상화할 때 조선족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자는 "조선족(국적 변경자 제외)은 중국 국민인데, 한국에서 조선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래서 양측간에 소통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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