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4일 배우자 김혜경씨의 갑질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또다시 사과했다. 이 후보가 거듭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여론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공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제 공관 관리 업무를 했던 공무원 중 피해를 당한 사례가 있다고 한다”면서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제 불찰이다. 제가 좀 더 세밀하게 살피고 경계했어야 마땅한데 부족했다”며 “관련 기관의 수사·감사가 개시됐기에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을 충분히 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에도 “경기도 재직 당시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가 두 번 사과한 이유는 이번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설연휴에 이 후보 지지율 반등 기미가 있었는데, 김씨 의혹으로 지지율에 지장이 갈까 걱정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허위이력으로 논란이 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는 바닥에 있다가 치고 올라왔는데, 김혜경씨는 그 반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윤 후보 의혹도 검증하자고 맞불을 놓았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있을 때 대검찰청이 특활비를 2년 동안 177억원 정도 사용했는데, 윤 후보의 정치자금으로 유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후보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누나가 본인의 아버지 집 매입 의혹,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김만배의 ‘윤석열을 죽이는 카드’가 무엇인지 해명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후보가 지난달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 야당도 동참해달라”고 선언한 만큼 공세를 강화할 수도 없는 처지다.
국민의힘은 김혜경씨 의혹에 대해 ‘이재명 책임론’을 부각하는 등 총력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건희씨에 제기된 허위이력 의혹과 녹취록 논란을 상쇄시키고, 대선 이슈로 키워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경기도가 자체 감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수사로 바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후보 배우자에 대해 여러 경로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도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경기도에 감사 청구는 말장난”이라며 “쇼로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라 엄격한 원칙을 (이 후보) 자신에게 적용해 셀프 아웃을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김윤나영·박순봉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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