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대 대선 첫 4자 TV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질문하고 있다. KBS 유튜브 방송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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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첫 4자 TV토론에서 ‘RE100’ ‘유럽연합(EU) 택소노미(Taxonomy)’라는 기후위기 용어에 대해 “그게 뭔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맹공을 펼치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윤 후보의 무지가 드러났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수천만 국민들에겐 매우 낯설고 어려운 개념”이라며 민주당 태도가 엘리트주의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RE100과 EU 택소노미 용어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3일 KBS·MBC·SBS 주관으로 열린 20대 대선 첫 4자 TV토론 중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의 공방에서 불거졌다. 이 후보가 일자리·성장 주제의 주도권 토론에서 윤 후보에게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라고 묻자 윤 후보는 “RE100이 뭔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가 “재생에너지 100%”라고 설명했고, 윤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EU 택소노미가 중요 의제인데 원자력 관련 논란이 있다”며 해결 방안을 물었다. 윤 후보는 “EU 뭐란 걸 들어본 적이 없으니 좀 가르쳐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녹색분류체계를 말하는데 여기에 원전을 포함시킬 거냐 말 거냐가 논란”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이재명 “RE100, EU 택소노미 어떻게 대응하나” 윤석열 “그게 뭔가?”
토론이 끝난 뒤 민주당 의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후보 발언을 대대적으로 비판했다. 이해식 의원은 “며칠 일정도 폐하고 TV토론 준비한다더니 EU 택소노미도 RE100도 모르는 후보에게 어떻게 이 나라의 미래를…”이라고 밝혔다. 양이원영 의원은 “윤석열 후보도, 윤석열 캠프도 너무한다”며 “오직 원전밖에 없나. RE100도 모르고”라고 적었다. 황운하 의원은 “지도자는 제대로 알고 있어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윤 후보가 전세계 산업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RE100 단어를 몰랐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뒤 이어지는 ‘잡아떼기’ 수준의 막무가내 주장은 탄소중립 정책의 경제적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이동학 최고위원도 “윤 후보가 RE100은 모를 수도 있다”며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도 공세에 가담했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4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RE100은 100% 재생에너지로 생산하지 않은 제품은 공급받지 않겠다는 캠페인으로, 구글·애플·나이키, 우리나라의 LG·SK 같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며 “당면한 문제에 해법을 내놓기는 커녕 ‘그게 뭐냐’고 되묻는 윤 후보는 단순히 지식이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된 경제 현안에 무관심한 후보”라고 말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선대위 본부장단회의에서 “대선 후보가 RE100 자체를 모른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선대위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장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SNS에 “환경 국제 캠페인으로 시작한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후보가 이 말 자체를 모른다는 것은 참 난감한 일이고 미래가 걱정되는 일”이라고 했다.
이러한 민주당 대응을 두고 “참으로 바보짓이고 못난 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날 SNS에 ‘민주당은 이제 엘리트 정당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RE100, EU 택소노미는 물론이고 탈탄소라는 개념도 하루 하루바삐 살아가는 수천만의 국민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어려운 개념일 수밖에 없다”며 “이재명 후보가 RE100을 어떻게 대응하겠냐고 앞도 뒤도 없이 물은 것은 토론을 보는 다수 유권자들에게 매우 무례한 질문이었다”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친환경 사회는 우리 모두의 과제이고 숙제인데 민주당은 자꾸 이렇게 중요한 의제를 자신들만의 은어처럼 만들어 버리고 있다”며 “그들이 은근히, 아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보이는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의 태도가 탈탄소 의제의 가장 큰 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RE100은 단어 문제가 아니고 국가 산업 전환의 핵심 과제”라며 “전세계적 350개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선언해서 재생에너지로 100% 생산되지 않은 물품을 공급받지 않겠다고 하기 때문에 수출 의존도 높은 우리나라의 가장 강력한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일상의 삶에서 모르는 건 있을 수 있지만 전환시대에 국가경제를 설계하는 입장에서 모른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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