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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장 보기 대신 새벽배송…가락시장 찾던 식당 5천곳 가입"

매일경제 정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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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장 보기 대신 새벽배송…가락시장 찾던 식당 5천곳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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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신년기획 데이터 농업혁명 ④ / 공경율 푸드팡 대표 인터뷰 ◆


우리나라 농수산물 거래의 기준을 제공하는 가락 농수산물 종합 도매시장. 전국 33개 공영 도매시장 거래의 40%를 가락시장이 담당한다. 가락시장은 6개 도매시장법인과 1700여 개 중도매인들이 형성하는 시장이다. 도매시장법인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농산물을 경매에 부치고, 중도매인들은 경매에 참여해 농산물을 낙찰받는다.

중도매인들이 낙찰받은 농산물이 중간 유통상, 소매상, 식당 등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경매는 진작 디지털화가 완료돼 전자경매로 이뤄진다. 이에 비해 중도매인들과 납품처 간 거래는 여전히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외상 거래도 많고 금전 사고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 거래를 디지털화하면 중도매인과 납품처 모두 이득이 되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성공한 창업가가 있다. 바로 공경율 푸드팡 대표(33)다.

공 대표는 중도매인과 식당을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식당 주인이 영업을 마치고 밤 10시 전까지만 앱으로 식자재를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8시 전까지 배송이 완료된다. 가격은 가락시장 경매가에 연동돼 결정되다 보니 갈등이 없다. 어느덧 푸드팡 앱을 이용하는 식당이 5000곳까지 늘었다. 거래하는 중도매인 수는 300여 개에 달한다. 작년 매출이 180억원이었고, 올해는 5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식당이나 중도매인들이 푸드팡을 찾는 이유는 모두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우선 식당 주인들은 편의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공 대표는 "식당 주인들이 농산물을 구매하는 방식은 가락시장에서 새벽에 장을 보거나 채소 트럭상이나 식자재 마트에 전화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새벽 장보기는 너무 힘들고, 전화 주문은 대개 전날 오후까지 마쳐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푸드팡은 밤 10시까지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업을 마치고 천천히 주문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매인들은 외상 거래에 대한 부담이 가장 컸지만 푸드팡 앱에서는 카드 결제가 이뤄지는 만큼 돈을 떼일 걱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비즈니스를 성사시키기 위해 공 대표는 아예 가락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사무실과 수집센터가 모두 가락시장에 있다. 수집센터는 지하주차장 여유 공간에 만들었다. 공 대표는 "식당에서 주문받은 농축수산물 리스트를 중도매인들에게 보내면 중도매인들이 새벽 2시까지 가락시장 내 수집센터로 가져온다"며 "이곳에서 고객들 장바구니별로 물건을 담아 새벽 배송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그냥 배송이 아니다. 푸드팡은 식당 냉장고에 식자재를 넣어준다. 공 대표는 "푸드팡 앱에 가입할 때 식당 출입문 비밀번호를 받는다"며 "배송인들이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 주문한 식자재를 냉장고 안으로 넣어주기 때문에 식당들은 바로 영업을 시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저 주문 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는 "대파 한 단만 주문해도 군소리 없이 배송해 주다 보니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월 푸드팡 앱에 가입하는 식당이 200~300개씩 늘고 있다"며 "현재 식당 한 곳당 1회 평균 주문 금액은 10만원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드팡의 진짜 경쟁력은 사실 데이터에서 나온다. 푸드팡 앱을 통해 거래되는 모든 정보가 충실히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하는 식당 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데이터 품질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공 대표는 "가락시장의 경매는 디지털화돼 있어 데이터가 있지만 중도매인과 납품처 간 거래는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어 데이터가 전무하다"며 "중도매인과 식당 간 거래 데이터를 활용하면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식당에는 농산물 가격 예측에 따라 구매 시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고, 중도매인들에게는 농산물에 대한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물량 확보 필요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공 대표는 중도매인들의 거래 데이터 확보에 공을 들이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포스(POS)에 기반한 전자장부를 중도매인들에게 무료로 보급해 거기서 나오는 데이터를 확보하려고 한다"며 "중도매인들 입장에서는 거래 편의성과 안정성이 높아지고 푸드팡 입장에서는 가격과 수요예측에 대한 정확도가 높아지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공 대표는 동의대 메카트로닉스공학과를 졸업한 뒤 채소 가게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이때 식자재를 식당에 납품한 경험에 힘입어 기업 간 거래(B2B)를 앱으로 디지털화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에 2018년 4월부터 푸드팡을 운영하고 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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