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설 명절인 1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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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후보가 설 연휴 기간 갑자기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우리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021년 말 기준 외국인 직장가입자 중 피부양자를 많이 등록한 상위 10명을 보면, 무려 7~10명을 등록했다”며 “한 가입자의 경우 두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까지 등록해 온 가족이 우리나라 건보 혜택을 누린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으로 특정 국적에 편중돼있다. 이 중 6명은 피부양자”라며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중국인은 피부양자 자격으로 약 33억원의 건보급여를 받았으나 약 10%만 본인이 부담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월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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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이 글에서 두 가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인들이 “지난 40년 이상 국민이 피땀 흘려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인 건강보험에 외국인들이 “숟가락만 얹”고 적은 기여로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렇게 혜택을 보는 이들이 중국인에 편중돼 있다는 주장입니다. 다분히 온라인 공간에서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혐오에 가까운 반중 정서를 의식한 주장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중국어문화학)가 석사과정 학생인 김명준·김준호씨와 함께 연구한 ‘한국 청년 세대의 온라인 반중 정서의 현황’을 보면, 한국 청년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14점(5점 만점, 1에 가까울수록 비호감),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2.83점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일본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로 “역사문제(위안부, 일제강점기)”(79.7%)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반면, 중국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로는 “(교양 없는) 중국인”이 48.2%로 가장 높았고 “독재와 인권탄압”(21.9%)이 뒤를 이었습니다. 일본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일본 정부에 대한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중국에 대한 비호감 정서는 정부보다 중국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 건보 재정 1조4천억원대 흑자
그렇다면 윤 후보의 첫 번째 주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정말 한국인들이 “지난 40년 이상 피땀 흘려 만들어낸 소중한 자산”인 건보 재정을 축내고 있을까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거주 외국인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는 1조4915억원이지만, 건보공단이 이들의 치료비 등에 쓴 급여비는 9200억원이어서 5715억원의 재정 수지 흑자를 나타냈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치를 합산해도, 재정 수지는 1조4095억원 흑자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외국인 가입자들은 지난 4년 동안 4조5996억원의 건보료를 내고 이 가운데 69.4%인 3조1901억원만 급여비로 썼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이 수치만 봐도 “외국인이 숟가락만 얹고 있다”는 윤 후보의 말은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입니다.
다음은 두 번째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윤 후보는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명단에 중국인들의 비중이 높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 정서를 자극했습니다. 사실 이런 주장은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때마다 등장하는데요, 무소속이다가 최근 국민의힘에 합류한 이용호 의원이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때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나온 기사들이 최근 사례입니다. 이 의원은 당시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동안(2017년∼2021년 7월 말)의 국내 외국인 건강보험가입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혈우병을 앓는 중국인이 32억9501만원 상당의 진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본인 부담금은 3억3200만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외국인 건보급여자 상위 10명 중에서는 7명이 중국인이었다고도 밝혔지요. 이 의원은 이를 “무임승차”라고 표현했고,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한 다수 언론이 ‘중국인’이라는 국적을 제목에 앞세워 건강보험 재정이 이렇게 낭비되고 있다고 비난하는 투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우선 혈우병을 앓는 저 중국인도 치료를 위해 본인 부담금을 3억3200만원이나 냈다는 점은 애써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은 아픈 사람이면 누구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그런데 혈우병이라는 희귀병에 걸린 이가 건강보험에 가입한 상태에서 3억3200만원이나 자기 부담금을 냈는데도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일까요?
거주자 수 많고 연령대 높은 중국인들
아울러 2020년 법무부의 출입국자 및 체류 외국인 통계를 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03만6075명인데, 이 가운데 중국동포 등 한국계 중국인(64만7576명)과 중국인(24만7330명) 등 중국인이 89만4906명으로 4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위가 베트남인인데 21만1243명으로 10.4%이고, 3위가 타이인으로 18만1386명으로 8.9%인 점에 견줘보면, 중국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계 중국인들의 경우 50살 이상 인구가 35만583명이나 되는데, 이는 전체 50살 이상 외국인 54만627명의 64.8%를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이 중국인들이 저임금을 받고 육아 도우미나 식당 종업원, 건설 현장 노동자 등으로 일하면서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의 수가 많고 이들의 연령대 역시 높기 때문에 건강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에 중국인의 비중이 높은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윤 후보가 주장한 외국인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수 역시 일부 통계를 호도한 것에 불과합니다. 보건복지부의 설명을 보면, 2019년 12월 기준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1명당 피부양자 수는 내국인의 37%에 불과합니다. 내국인 직장가입자가 1812만3124명이고 피부양자가 1910만4353명이어서 1명당 피부양자 수가 1.05명인데 견줘,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51만3768명이고 피부양자가 20만555명이어서 1명당 피부양자 수가 0.39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등은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국내에서 거주한 기간과 관계없이 소득·재산 요건이 일정 수준 이하면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점을 문제 삼고 있는데요, 이는 외국인만이 아니라 내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만약 일부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해도, 이 문제가 단순히 외국인만의 문제가 아닌 데다, 절대 숫자 역시 내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훨씬 많으니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확률도 내국인이 더 많다고 할 수 있겠지요.
혜택보다 불리한 점 더 많은 외국인 건강보험
사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윤 후보의 주장이 아니라 외국인 지역가입자들이 처한 상황입니다. 2019년 7월부터 한국에 입국한 뒤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은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경우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어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는 건강보험 당연 가입제도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사용자 대부분이 사업자 등록을 하고 있지 않아서 직장가입이 아니라 지역가입자가 되어 상대적으로 비싼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습니다. 2020년 7월 기준 직장가입자인 농업 이주노동자는 36%였고, 어업 이주노동자는 25.8%로,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 전체의 직장가입자(81%) 비율보다 현저히 낮았습니다. 직장가입자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분담하지만, 지역 가입자는 노동자 혼자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 큽니다. 게다가 고영인 의원의 지적을 보면,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경우 재산과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전년도 전체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2021년 기준 11만8180원)를 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소득이 내국인들보다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가입자 평균으로 내야하는 보험료는 부담이 만만치 않지요. 또한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 농어촌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건강보험료 22% 경감과 농·어업인 건강보험료 28% 지원사업 대상에서도 배제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세대 인정범위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내국인의 경우 세대 범위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외에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까지 인정되지요. 고 의원은 “이 때문에 저소득층 외국인 가정에 평균 보험료 이상으로 과도하게 부담하는 보험료 폭탄이 발생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한 연구보고서 ‘사회배제 대응을 위한 새로운 복지국가 체제 개발-이주노동자 연구’(김기태 외)와 곽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주노동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하면 급여 이용이 즉시 중단됩니다. 급여 혜택을 다시 받으려면 체납된 보험료를 완납해야 하고, 이주노동자가 급여 제한 기한에 받은 보험급여는 즉시 환수됩니다. 내국인은 직장 및 지역 가입자의 경우 체납 횟수가 6회 미만이거나, 분할납부 승인을 받고 1회라도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면 보험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에 견줘보면, 외국인들이 훨씬 열악한 상황에 부닥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외국인들은 한국의 건강보험에서 혜택을 받기보다 기여를 더 많이 하고 있고, 혜택에서도 내국인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윤 후보는 일부의 혐오 정서에 기대 사실과 맞지 않은 포퓰리즘적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얘기하고 마치겠습니다. 지난해 11월 건보공단이 낸 ‘사무장병원 연도별 요양급여 환수 결정 및 징수 현황’을 보면,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의료인 등을 고용해 불법 개설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진료비를 허위 부당 청구해 건보공단에서 빼내 간 금액이 2010년부터 2021년 6월까지 11년 동안 모두 2조9945억3200만원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징수한 금액은 5.4%인 1609억7300만원에 불과합니다. 2조8335억5900만원이 이르는 건보 재정이 이런 사무장병원에 의해 불법으로 유용되어 사라진 겁니다. 윤 후보가 정말 건보 재정을 걱정한다면,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건강보험보다 사무장병원을 근절할 대책부터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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