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은 무엇을 기억할까. 기사를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형수 욕설’ 녹취 파일이 눈에 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도 언론이 다루는 단골 소재다. 최근엔 거대 양당 후보가 양자 TV 토론을 할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포함해 4자 토론에 나설지 논란이 일었다.
정작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기초 정보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지난 27일 양자 토론 강행을 주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4당 토론은 법정토론이 3회가 있기 때문에 횟수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4자 토론은 나중에 의무적으로 진행되니, 양자 토론부터 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3회 법정토론이 무엇인지, 왜 하필 3회인지, 참가자가 왜 넷일까. 누군가 4자 토론에 나서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될까.
대통령 선거의 기초 정보를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1월28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재된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26명. 이 중 손학규 무소속 후보는 지난 27일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선관위 홈페이지에 반영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갈무리. |
Q : 허경영도 있다는데, TV엔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심상정뿐….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누가 있을까?
A : 31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대선 예비후보자는 총 26명이다. 당초 35명이 예비후보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사퇴·사망·등록무효 등 사유로 9명이 명단에서 빠졌다. 민주당에선 정세균·김두관 후보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사퇴했으며 이낙연·추미애 후보는 경선에서 패했다. 원희룡·유승민·최재형·홍준표·황교안 국민의힘 후보도 경선에서 밀렸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예비후보자 명부를 찾으면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민주당 대표를 했던 손학규 무소속 후보나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했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도 익숙한 이름이다. ‘친박’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 ‘허본좌’라 불리는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도 눈에 띈다. 이외 오승철 국민의힘, 강성현 국민의당, 오준호 기본소득당, 고영일 국민혁명당, 김재연 진보당, 김민찬 한류연합당, 황장수 혁명21, 김기천·최대집·양성기·이원식·김성광·김유찬·김경재·이건개·이재원·김대한·이백윤 무소속 후보가 예비후보자로 등재돼 있다. 손학규 후보는 지난 27일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로써 대선 예비후보는 총 25명이 됐으나, 아직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예비후보자가 모두 정식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도 선거를 앞두고 정식 후보자 등록은 할 수 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 240일 전’인 지난해 7월12일부터 예비후보 등록 신청을 받았다. 해당 신청은 오는 2월12일까지 가능하며, 이후 2월13~14일까지 이틀 동안 공식 후보로 등록해야 공식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예비후보 등록제는 2004년 3월 선거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도입 취지는 정치 신인과 무소속, 군소정당 등 후보들이 자신을 홍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차원이었다. 개정 당시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재임 기간(2003년~2007년)이었으므로, 2007년 12월19일 치러진 제17대 대선에서야 처음 시행됐다.
Q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기사 제목을 보니 ‘마의 15%’ ‘15% 벽’…. 15%가 도대체 뭔데?
A : 무엇보다 ‘돈’ 때문에 의미있는 숫자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대선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투표총수의 15% 이상을 얻을 경우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10% 이상, 15% 미만 득표 시에는 선거비용 절반이 보전된다. 선거비용은 예비후보 등록 시점부터 발생하는 정당과 후보자의 선거운동 비용을 뜻한다.
후보자와 그가 속한 정당이 선거에 쓰는 비용은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난다. 선관위가 지난해 6월 공고한 제20대 대선 선거비용 제한액은 513억900만원. 19대 대선 비용인 509억9400만원과 비교해 3억1500만원 늘어난 숫자다. 5100만명 남짓한 총 인구수에 950원을 곱한 금액에,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감안한 ‘선거비용 제한액 산정비율’을 증감해 정했다.
후보 한 명이 모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선거자금은 최대 51억원이다. 예비후보 후원회를 포함한 대선 후보 후원회와 당내 경선후보 후원회에서 각각 선거비용 제한액의 5%인 25억6545만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을 거치는 후보자라면 당내 경선 단계와 대선 후보 단계에서 각각 25억6545만원씩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500억원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선관위가 대선에 앞서 지급하는 수백억원대 선거보조금도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대부분 나눠 갖는다. 때문에 군소정당과 후보는 늘 돈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거리 유세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유세차량만 해도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장착 등 옵션과 크기(1~5)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 선거 공보물 배포에는 회당 수억원, TV 및 온라인 광고에는 많게는 수십억원 비용이 든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농담조로 “군소 후보는 당장 유세차를 몇 대나 빌릴지 고민이 될 것”이라며 “아무리 돈 많은 안 후보라 해도, 지지율이 안나오면 선거비용은 부담스러운 규모”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 후보 선대위 간에 최근 벌어진 설전도 비용이 소재였다. 이 대표는 29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번 주 온라인 광고를 대부분의 당이 계약한다.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대 60억 원까지 간다”며 “그걸 지금 계약한 당은 완주 의지가 있는 것이고 계약하지 않은 당은 완주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단일화가 돼서 후보가 사라지거나 15% 득표율을 못 받아도 돈을 날리는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판단에 따라 자금을 집행했을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 측 홍경희 대변인은 당일 논평에서 “온라인 광고 계약했다”며 단일화 없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완주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당원들과 안철수 대선 후보 지지자들이 20일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기득권 야합 불공정 TV토론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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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양자냐 4자냐, 그것이 문제로다…. 대선 나선 정당들, TV토론 앞두고 왜 싸울까?
A : 현재 법에 정해진 토론회 외에 추가 토론을 진행하려 하기 때문. 법정 토론회는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라 개최되는데, 대통령 선거의 경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3회 이상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재로 열린다. 다음달 15일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이번 대선에서는 2월21일, 2월26일, 3월2일 등 3차례 법정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개최를 논의한 양자 TV토론은 법정 토론회와는 별개의 것이다.
양자 TV토론 추진 이유는 국민의힘 TV토론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국민들께서 가장 보고 듣고 싶어하는 건 1당, 2당 후보의 여러 가지 정책 마인드나 국민을 섬기는 자세, 그리고 여러가지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 어떤 해명이 있고 문제가 있는지이다.” 대장동 의혹 등 이 후보를 몰아붙일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 국민의힘 측 설명이다. 성 의원은 4자토론이 먼저 치러질 경우 양자토론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야권 경쟁자인 안 후보를 토론회에서 배제해 확실한 양강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민주당도 특별히 양자 TV토론 자체에 반대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두 당의 갈등은 주로 토론을 ‘언제’ 벌일 것인지를 두고 벌어졌다.
하지만 두 당의 합의는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반발하면서 무색해졌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거대 양당의 TV토론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토론회에 참여해 여러 정책을 제시하고 상대 후보의 정책을 검증하는 선거운동 기회를 박탈당할 우려가 있다”, “지지율이나 국회에서의 의석 수, 원내정당으로서의 위치 등을 고려하면 방송 토론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도 (방송 3사가) 자율성을 주장하며 심 후보를 제외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 남용이다” 등 주장을 했다. 안 후보도 양자 TV토론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지난 26일 심 후보, 안 후보의 신청을 인용했다. 사실상 양자 TV토론의 길이 막힌 것이다. 이때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근거는 공직선거법 82조의 24항1호다. 이 조항에 따르면 ①국회에 5인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 후보자, ②직전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 후보자, ③언론기관이 선거기간 개시일 전 30일부터 선거기간 개시일까지 사이에 실시해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가 법정토론 초청 대상이다. 안·심 두 후보의 주장은 자신들이 이 조항에 해당하므로, 거대 여야와 지상파 방송사 간 합의에 따라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재판부 결정이 나온 뒤에도 한동안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31일 양자토론 개최안을 폐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끝내 토론 개최가 예정됐던 당일 ‘없던 일’이 됐다. 양자 토론 시 토론 주제를 무제한으로 할지, 분야별로 할지 다투던 두 당은 ‘토론장 자료 지참 여부’라는 쟁점 앞에서 멈춰섰다. “윤 후보는 답안지 한 장 없으면 토론하지 못하느냐”(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 “자료 없이 하는 후보 토론 전례가 있나”(성 의원) 갈등 끝에 후보들은 오는 3일 지상파 3사가 저녁 8시 생중계하는 법정 TV 토론회에서 심·안 후보와 함께 맞붙게 됐다.
참고로, 3일 열릴 4자 TV 토론회마저 누군가 참석하지 않는 등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공직선거법을 보면 법정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조항이 있다. 다만 과태료 액수는 ‘해당 위반행위의 동기와 그 결과 및 선거에 미치는 영향, 위반기간 및 위반 정도 등을 고려해’ 기준금액 2분의 1 범위 안에서 경감하거나 가중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윤 후보가) 과태료 내고 안 나올 수도 있다. 법정 토론도 500만 원 내면 안 나와도 된다”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위 조항을 빌려온 발언으로 해석된다(당시만 해도 민주당 측은 윤 후보를 토론을 꺼리는 사람처럼 언급했다).
Q : 설 명절, “어른들 정치 얘기하는데 애들은 가라”고?
A : ‘애들’도 정치 얘기를 할 이유가 있다. 교육적 차원을 떠나, 법적으로 정치 참여가 가능하다. 선거일인 3월9일 기준 만 18세 이상인 사람은 투표가 가능하다. 2004년 3월10일에 태어난 사람까지 투표권자인 셈. 2019년 법이 개정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2020년 4월15일)부터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하향됐다. 이번 대선은 선거권 연령 하향 이후 치러지는 첫 대선이다.
청소년은 정당 가입도 가능하다. 그 전에도 18세부터 정당 가입이 가능했으나, 지난 11일 정당 가입 연령을 16세로 낮추는 정당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1 학생도 정당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일을 지난 고3 학생의 경우 국회의원·지방의원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31일 본회의에서 만 25세 총선·지방선거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됐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올 3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부터 적용된다.
청소년이라도 생일 지난 만 18세 이상이라면 투표도, 출마도 할 수 있으니 잊지 마시길!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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