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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아슬아슬한 ‘AI 윤석열’…‘티브이 토론 이길 수 있나?’ 답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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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공약위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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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이재명> 책 읽어보셨나요?”

“에이아이(AI) 윤석열입니다. 진짜 재명학을 다룬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베스트셀러도 되었더군요. 판매수익은 높은 곳에 다시 쓰겠다고 하니, 함께 읽어보시죠. 감사합니다.”

‘윤석열 공약위키’에 등장한 질문에 ‘위키 윤’이 이렇게 대답한다. 코로나19 시대에 치러지는 유례없는 비대면 대선에서 ‘에이아이(AI) 윤석열’이 등장했다. 에이아이 윤석열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모습을 빼닮은 가상 캐릭터다. ‘위키 윤’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윤 후보의 영상을 반복 학습해 그의 말투와 몸짓까지 그대로 구현해냈다. 에이아이 윤석열은 디지털 공간에서 누리꾼의 질문에 답하고 공약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 1월까지 공개된 에이아이 윤석열 영상은 90여개다. 영상은 ‘윤석열 공약위키’ 홈페이지와 후보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에이아이 윤석열에 대한 호응도는 높다. 후보를 직접 만나지 못하는 시민들로서 시시콜콜한 질문까지 할 수 있어서다. ‘에이아이 윤석열은 왜 도리도리하지 않냐’, ‘티브이(TV) 토론 이길 수 있나’, ‘여의도 지하철 아침 인사 어땠냐’는 등 일상적인 질문들이 많다. 이에 대한 답변도 재기발랄하다. ‘문재인과 이재명이 동시에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할 거냐’는 짓궂은 질문에 에이아이 윤석열은 “저는 멀리서 두 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에너지 넘치게 파이팅”이라고 답한다. 벌써 네티즌들이 붙여준 ‘위키 윤’이라는 애칭까지 생겼다.

순기능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 8일 윤 후보가 느닷없이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구입하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시작한 멸공 논쟁에 참여했을 때 에이아이 윤석열은 논란을 더 키웠다. ‘이마트에서 쇼핑 잘하셨냐’는 질문에 에이아이 윤석열은 “장보기에는 좀 진심인 편”이라며 “오늘은 달걀, 파, 멸치, 콩을 샀다. 달·파·멸·콩”이라고 답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을 지칭하는 ‘달파’까지 거론하면서, 정치적 논란을 진화하려던 ‘인간 윤석열’을 곤혹스럽게 했다.

아슬아슬한 선을 넘나드는 에이아이 윤석열 영상을 제작하는 이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의 정책본부 소속 2030 청년 4명이다. 이들은 매일 두세개 영상을 제작하며 영상 1개 제작에 30분 정도가 걸린다. 에이아이 윤석열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비단주머니 기획’의 하나로 지난해 말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 후보가 결정된 뒤 곧바로 개발이 시작됐다.

에이아이 윤석열의 핵심은 질문을 고르고 답변서를 작성하는 데 있다. 현재까지 접수된 질문만 3만개다. 백경훈 윤석열 공약위키 총괄팀장은 “후보가 실제로 대답하기 모호한 질문이나 2030세대에게 소구력있는 질문을 중점으로 선택한다”며 “답변서를 쓸 때 댓글을 많이 참고한다. 기사나 커뮤니티 댓글을 보면 재밌는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이 쓴 답변서는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 등의 감수를 거쳐 확정된다.

에이아이 윤석열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히트상품으로 평가받지만 우려도 여전하다. “달·파·멸·콩”처럼 에이아이 윤석열 실언의 책임은 윤 후보에게 직접 연결된다. 백경훈 팀장은 “초기에 ‘(후보) 사퇴하라’는 요구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한 영상을 만들어놓고 영상 공개 여부를 걱정한 적도 있다”며 “온라인을 주도하는 세대가 2030세대니,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자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속도감 있게 일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이아이 윤석열은 이달 초 대선 후보 사퇴하라는 요구에 “예상은 했지만 댓글창을 보니 슬프다. 쓴소리도 원동력 삼아 더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과거 대선 때도 사이버 캐릭터는 있었다. 2002년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이 제작한 ‘이(e)-민주’양이다. 컴퓨터에 익숙한 엔(N)세대를 겨냥한 캐릭터였다. 가수 이정현을 모델로 당시 만 20살이 되는 새내기 여대생 유권자로 설정됐고, 당시 민주당은 ‘이-민주'양 입당식까지 열었다. 자유민주연합도 ‘자민이’ 캐릭터를 만들어 맞불을 놨다. 에이아이 윤석열은 20년 만에 진화한 단계로 등장한 대선 후보 가상 캐릭터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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