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김건희보다 노동자들의 안부가 훨씬 더 걱정되고 궁금하다.”
한진중공업의 마지막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62)은 지난 28일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1981년 한진중공업에 입사해 용접사로 일하던 김 지도위원은 노동운동을 하다 1986년 해고됐다. 이후 37년째 해고자 신분으로 살아오면서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기 위해 309일간 크레인 고공농성을 벌여 사회적 주목을 받았다. 김 지도위원과 심 후보는 금속노조 활동을 같이 했던 ‘옛 동지’이기도 하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28일 부산 영도조선소를 찾아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의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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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도위원은 “저도 대선을 몇 번 겪었지만 이렇게 이상한 선거는 처음 본다”며 “정작 해야 할 얘기들은 하나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노동 이슈는 사라지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녹취록 등이 이슈가 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저는 심상정 후보님이 언론에 제대로 노출이 안 되는 게 부인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번 대선에서 ‘시대정신’이 사라졌다고 짚었다. 그는 “5년 전 선거만 해도 페미니즘, 노동, 비정규직, 세월호 등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 당시 시대정신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조차의 상식마저도 사라진 선거라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도로공사·건강보험공단·부산 서면시장·아사히글라스·아시아나케이오·세종호텔의 노동자들, 김수억 전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 등을 언급했다.
김 지도위원은 “제 복직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싸우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언론에 호소했다. 이어 “제 변호사를 하셨던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을 했어도,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을 같이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됐어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 저의 현실이 곧 이 땅 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김 지도위원을 만난 뒤 페이스북에 “박근혜씨가 풀려났는데, 김진숙 지도위원은 아직도 해고 상태라는 게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다. 대선마저 노동이 지워진 대선이 되고 있다. ‘진짜 해야 할 이야기가 안 나오는’, ‘이상한 선거’라는 김진숙 동지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적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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