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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섞어쏘고 김정은은 군수공장행...북, 치밀한 혼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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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28일 국방과학원이 전날 지대지 전술유도탄을 시험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25일에 발사한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함께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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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새해 들어 미사일 '섞어 쏘기' 전략으로 한·미 당국의 미사일 대응체계를 파고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때맞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군수공장 시찰에 나섰다.

노동신문은 25일과 27일에 각각 쏘아 올린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지대지 전술유도탄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28일 보도했다.

북한은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발사한 두 기종의 미사일이 해상 표적인 '알섬'(함북 길주 앞바다 소재)을 타격하는 장면을 동시에 공개하며, 대내외에 미사일 능력을 과시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서만 여섯 번째, 총 10발이다. 북한군이 신형 전략미사일 4종 세트(극초음속·이스칸데르·에이태큼스·순항미사일)의 능력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의도적 능력 과시 북



북한 관영 매체들이 28일 공개한 사진을 분석해보면 27일에 발사한 지대지 전술유도탄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우리 군이 탐지한 제원을 근거로 초대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내놨다. 하지만 군 당국의 공식 판단이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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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올들어 발사한 미사일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합동참모본부]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다양한 미사일의 고도와 사거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혼선을 일으킨 뒤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하는 패턴을 취하고 있다"며 "한·미 군 당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막으면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이 최근 잇따라 시험 발사한 것처럼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섞어 쏘는 방식으로 공격할 경우 한국군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있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지난해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순항 미사일로 (한국군의) 레이더를 무력화한 뒤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국은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도발은 지속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요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한 사실도 공개했다. 신문은 조용원 조직비서와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김여정 부부장 등이 동행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날짜와 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현지에서 "우리 무력의 현대화와 나라의 국방발전전략실현에서 공장이 맡고 있는 위치와 임무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군수생산으로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군수정책과 방침을 관철하기 위한 총돌격전에 한사람같이 떨쳐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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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28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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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이 이를 미사일 발사 공식화와 함께 공개한 것을 두고 해당 공장이 최근 여섯 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와 연관된 시설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한 것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군수정책과 방침의 관철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연속적인 중요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데 있어 군수공장의 역할이 이전보다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시에 김 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군수부문의 성과를 활용해 주민 결속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북한 당국이 군수 부문을 얼마나 우대하는지는 최근 재개한 북·중 화물열차 배정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평안북도 무역기관 소속의 한 소식통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열차의 화물칸 배정을 중앙당이 직접 관장하고 있는데 당 기관, 제2경제위원회(군수경제)와 군부 산하 무역회사에 우선 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위는 조절



다만 북한이 베이징 겨울올 림픽 등을 염두에 두고 나름대로 수위조절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의 함경남도 함주군 남새(채소)온실농장 건설장 현지지도 소식을 1면에 앞세우고 군수공장 보도는 2면에 배치했다.

신문이 공개한 군수공장 사진에서 핵심 관계자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미국이 최근 발표한 제재에서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격인 국방과학원 인사들을 정조준한 점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매체가 공개하는 사진이나 영상은 종종 미국이나 안보리가 제재 대상을 선정하는 근거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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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요무기 체계'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을 현지지도했다고 28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공개한 사진에서 군수공장의 핵심 관계자들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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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시찰한 채소농장 건설장이 군 관련 시설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군 및 군수부문 담당인 박정천 당 비서가 수행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신문은 농장을 시찰한 날짜도 명시하지 않았는데, 동선과 시간대로 미뤄 김 위원장이 미사일 발사를 참관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농장이 위치한 함주와 27일에 지대지 전술유도탄을 발사한 함흥이 직선거리로 20~25㎞ 정도라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함주와 함흥은 인접 지역이고 비슷한 시간대에 머문 흔적으로 보아 김 위원장의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을 배제할 수 없다"며 "비공식 참관이었다면 수위조절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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