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 웹소설 원작 드라마 '시맨틱 에러'. /왓챠 제공 |
전자책 유통업체로 시작한 15년 차 기업 리디가 웹툰·웹소설에 이어 콘텐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드라마 사업에 진출, 종합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체질 개선을 꾀한다.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리디북스의 운영사 리디의 웹소설 원작 드라마 ‘시맨틱 에러’가 다음 달 16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왓챠에서 방영된다. 리디 오리지널 IP가 영상화돼 대중적인 유통 채널에 방영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웹툰·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웹툰·웹소설 IP의 영화·드라마 등 2차 창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리디도 첫 작품을 들고 이 경쟁에 가세한 것이다.
시맨틱 에러는 2018년 리디북스 BL(Boys Love·남자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장르)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리디는 이를 시작으로 오리지널 IP의 2차 창작을 본격화한다. 영상 제작 역량을 갖춘 CJ ENM, 위즈윅스튜디오와 최근 손잡았다. 시맨틱 에러 다음엔 지난해 11월 위즈윅스튜디오와 영상화 계약을 맺은 소설 원작의 ‘달에서 온 불법 체류자’를 준비 중이다. 사람들이 정신 접속, 중력 조절 등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SF 작품으로, 아직 구체적인 장르와 유통채널은 내부 논의 중이다.
리디 모바일 앱에 유통 중인 웹툰 작품들. /앱 캡처 |
리디의 IP 영상화 시도는 네이버·카카오처럼 스토리 원작부터 이를 활용한 2차 창작물까지 전 분야 콘텐츠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의 하나다. 웹소설·웹툰 IP 확보도 리디엔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리디는 2008년부터 10년 넘게 교보문고·알라딘·예스24·영풍문고처럼 전자책 단행본 유통에 집중했다.
하지만 2019년 연재형 웹툰·웹소설 유통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 영화·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원작인 웹툰·웹소설의 인기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웹툰 시장 규모만 연 매출 기준으로 2018년 4663억원에서 2019년 6400억원, 2020년 1조538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리디와 비슷하게 교보문고 등도 웹툰·웹소설 유통에 나서고 있다.
국내 웹툰 시장 규모 추정치.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
리디의 연 매출은 사업 전환 직전이었던 2018년 793억원에서 직후인 2020년 1556억원으로 2배로 늘었고,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만 이미 1491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2020년엔 영업이익 26억원으로 사상 첫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기존 전자책 단행본과 웹툰·웹소설의 매출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리디 관계자는 “웹툰·웹소설 사업이 실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라고 말했다. 리디가 가진 콘텐츠는 23만종, 등록 작가는 10만명 이상이다. 누적 판매액 1억원을 돌파한 작품은 지난해 기준 900여종으로 전년(2020년) 470여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북미에서 네이버가 이용자 수 기준 최대 규모 플랫폼 ‘왓패드’를, 카카오도 ‘래디쉬’ ‘타파스’ ‘우시아월드’를 인수하며 규모를 확장하는 가운데, 리디도 현지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글로벌 웹툰 플랫폼 ‘만타’를 출시하고, 구글·디즈니플러스·틴더 출신의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 서가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영입했다. 미국인에게 익숙한 유료 구독 방식을 도입한다는 게 리디의 차별화 전략의 하나다.
리디는 싱가포르투자청으로부터 상장 전 투자(프리IPO) 유치 단계를 진행 중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1조5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사)으로 등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0년 기준 리디의 기업가치는 5000억원이었다. 리디 관계자는 “싱가포르투자청과는 아직 투자 논의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투자액과 기업가치 규모는 정해진 게 없다”라고 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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