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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눈물도 쏟은 진짜 '시장'주의자 이재명…근데 이 장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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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성남, 민심속으로! 행사에서 즉석연설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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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전통시장 사랑은 남다르다. 이 후보는 지금까지 총 28일의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 중 26번 전통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5일 전북 매타버스 일정 마지막 날에는 하루에만 전통시장 3곳을 방문했다. 이러다 보니 선대위 내에선 “이 후보야말로 진짜 ‘시장’주의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자주 가기만 하는 게 아니다. 이 후보는 전통시장만 가면 말이 많아졌다. 즉석연설에서 쏟아낸 발언이 시장 한 곳당 평균 1만자를 넘는다. “윤석열 후보는 무능·무식·무당의 3무 후보”(지난해 11월 27일, 전남 장흥 토요시장), “나는 출신이 비천해서 주변을 뒤지면 더러운 게 많이 나온다”(지난해 12월 4일, 전북 군산 공설시장), “100조원 지원하자고 해놓고 안 지키는 김종인 위원장, 윤석열 후보는 거짓말로 국민의 주권을 사기 쳐서 편취하는 상습적 사기 집단”(지난해 12월 11일, 안동 중앙신시장) 등 발언 수위도 높았다. 24일 유년 시절부터 살았던 경기 성남 상대원시장을 방문했을 땐 가족사를 이야기하다가 흐느끼며 눈물까지 보였다.

이 후보가 전통시장을 특별한 공간으로 여기는 건 2020년 3월 별세한 어머니 구호명씨를 떠올리기 때문이란 게 후보 측근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구씨는 이 후보가 소년공이던 시절, 성남 상대원시장의 공중화장실을 지키며 요금을 받고 휴지를 파는 일을 했다. 이 후보의 일생을 다룬 책 『인간 이재명』에선 “어머니를 이렇게 살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목표가 이때 생겼다”는 서술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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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 버스) 사흘째를 맞은 25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철길공원을 방문해 좌판을 편 상인에게 다가가 나물을 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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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장 때부터 이 후보를 보좌해온 한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는 시장에 가면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상인에 감정이입을 자주 했다. 모친이 돌아가시고 나서 감정이 더 깊어진 거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최측근 김영진 의원도 “이 후보에게 전통시장은 가족과의 애환, 인생의 모순과 희망이 응축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선대위 일정팀의 한 당직자는 “후보가 좌판에 앉은 할머니만 만나면 주저앉아 대화를 이어가서 일정 조정에 애를 먹은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전통시장 방문엔 또 다른 특이점이 있다. ‘먹방’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전통시장 방문 때마다 어묵·전·호떡·순대 등을 먹는다. 대선 출마 전 “시장에서 오뎅(어묵) 먹는 것 같은 쇼 정치는 안 하겠다”(지난해 6월 18일 언론 인터뷰)고 했던 윤 후보조차 태도를 바꿀 만큼, ‘시장 먹방’은 정치인의 시장 방문 일정 필수 코스로 꼽힌다.

대신 이 후보는 물건을 구매하며 대화를 나누거나 임시 연단에 올라가 즉석연설을 한다. 지난해 11월 12일 울산 중앙전통시장에서 뻥튀기를 사면서 “아내가 참 좋아한다”며 사흘 전 낙상 사고를 당한 김혜경씨 이야기를 꺼낸 게 대표적이다. 현금이나 카드 대신 온누리상품권으로 물건을 사면서 ‘이재명표’ 지역화폐 정책을 알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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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시장을 방문해 즉석연설을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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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가 시장 먹방을 잘 안 하는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선대위 한 핵심 관계자는 “윤 후보의 먹방은 엘리트 이미지를 벗고 서민과의 동질감을 연출하는 전형적인 선거 마케팅일 뿐”이라며 “한국 사람들이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좋아하지만, 이 후보는 이게 잘 안 돼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 후보의 측근은 “이 후보는 전통시장 방문 일정을 바닥 민심을 듣고 연설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장소로 생각한다”며 “시장에서 발언의 양이 늘고 톤이 달라지는 것은 시간·장소·경우(TPO)에 맞춰 발언을 조절할 수 있는 이 후보만의 강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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