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정원(50)씨가 건물주가 자신의 가게를 빼라며 낸 명도소송으로 오는 26일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며 호소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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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매출이 몇백만원 수준밖에 안 돼 15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4개월 밀렸더니 건물주가 가게를 빼라고 명도소송을 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힘듭니다. 그동안 쌓아 온 가게와 집이 한순간에 다 사라집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서울 강동구 호프집 사장 최정원(50)씨)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자영업자 90여명이 모여 ‘릴레이 삭발식’을 벌였다. 이들은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쌓인 빚을 갚지 않겠다는 ‘디폴트 선언’도 했다.
25일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대한민국 자영업자 파산 선언’ 집회를 열고 정부에 영업시간 제한조치 철폐와 모든 자영업자에게 100% 손실보상 소급 적용을 요구했다. 이들은 “자영업자는 코로나 발병 이후 735일간 건국 이래 최초의 영업정지·제한으로 헤어날 수 없는 죽음의 고통을 받았다”며 “오늘부로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의 총파산을 선언한다”고 외쳤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자영업자가 삭발식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병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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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인 90여명의 참석자들은 정부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릴레이 삭발식’을 진행했다. 삭발식이 열리는 동안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코로나19로 쌓인 빚을 갚지 못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종로구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근재(58)씨는 이날 삭발을 하고 “당장 오는 2월20일에 수천만 원의 빚을 갚으라는 통보가 왔는데, 다른 유흥업소 업주들은 수 억원 빚이 있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며 “정부의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빚을 갚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날 삭발식에서 모인 머리카락을 청와대로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참석자는 통기타를 들고 올라 자영업자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연단에 올라 김광석의 ‘내 사람이여’를 부른 이종민(37)씨는 “원래 발언만 하려고 했는데 자영업자들에게 ‘내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게 됐다”며 “우리는 한몫 챙기려는 게 아닌데, 국민들이 오해하는 것 같다. 행정명령으로 인한 피해만 100% 보상해달라고 요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코자총은 오는 2월 10일을 전후해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을 예고했다.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오늘은 삭발식으로 항의를 표현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앞으로 목숨을 걸고 생존권을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며 “광화문 집회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선후보들이 참석해 온전한 자영업자 손실보상 공약 이행서에 서명과 함께 대국민 약속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자영업자들이 삭발을 마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고병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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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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