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서 온 300여명, 적극적 지원 촉구
“2년간의 피해 소급 적용…전액 보상하라”
자영업자 단체, 내달 10일 대규모 집회 예고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등 자영업자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영업 장기화에 항의하는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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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의 호프집 사장 최정원씨가 삭발한 머리로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10여 분 전 다른 자영업자가 이발기로 그의 머리를 밀었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코자총)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 국민은행 앞에서 연 ‘분노의 299인 릴레이 삭발식’에 참석한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수십 년 열심히 살아 호프집 하나를 오픈했다”며 “하지만 정부의 집합금지로 코로나19 이후 2년동안 장사를 못 했다”고 했다.
최씨는 내일 재판을 받는다고 했다. 임대료를 못 내 건물주가 명도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손실보상을 알아봤지만 대상에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여행을 다니는 행복한 생활을 꿈꿨지만 모두 물거품이 되고 저는 신용불량자가 됐습니다. 한 달 뒤에 저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바랄 것도, 갈 곳도 없는 인생입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는 중에도 무대 옆에선 다른 자영업자들이 릴레이 삭발을 이어갔다.
이날 국민은행 앞 도로에 모인 자영업자 300여명은 영업제한 장기화에도 정부의 손실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적극적인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코자총은 삭발식을 당초 지난 12일로 예정했으나 같은 달 14일 방역당국의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발표를 지켜보자며 한 차례 잠정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14일 정부가 3주간 사적모임 6인·영업시간 9시 제한 등 사실상 영업제한 연장을 발표하자 이날 삭발식을 진행한 것이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등 자영업자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영업 장기화에 항의하는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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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자총은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소급적용해 전액 보상하라”며 “영업제한 피해 업종 외에도 매출 피해가 일어났던 모든 자영업자에게 피해 전액을 보상하고, 정부가 영업제한 해제와 관련된 입장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오호석 코자총 공동대표는 “추가경정예산 123조원 가운데 지금까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지불한 손실보상은 전부 합쳐서 12조원이고, 전국민에 지급한 재난지원금 24조원에 그쳤다”며 “손실보상금도 몇십만원 수준이었다. 임대료와 보증금 인건비 등 지출을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민상헌 공동대표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자영업자들의 735일은 죽음의 고통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극한의 하루하루였다”며 “눈물조차 말라버린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은 스스로 총파산을 선언한다. 오늘 이후로 인건비, 임대료, 공과금, 각종 대출을 갚을 길이 없음을 선언한다”고 했다.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합 등 자영업자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영업 장기화에 항의하는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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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자영업자들도 영업제한 장기화로 인한 손해를 호소했다. 경기 광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성호씨(75)는 “장사를 해야 할 시간에 여기 나와서 집회를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오죽하면 삭발을 하겠나”라며 “코로나19 이후 매출은 반토막이 났지만 손실보상은 몇십만원 뿐이었다. 장사를 하게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코자총은 다음 달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 대선 후보들이 반드시 참석해 온전한 자영업자 손실보상 공약 이행서에 서명하고 대국민 약속을 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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