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민주당 쇄신안에 "사과부터"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경향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환경·농업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25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쇄신안을 “진정성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쇄신 어젠다로 주도권을 쥐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여당이 설정한 틀에 말려들어가지 말자’고 경계하는 분위기다. “대장동 특검법부터 수용하라”고 공세를 편 것도 민주당발 국면전환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에 임박해서 전격적인 발표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그 진정성이나 이런 걸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선과 함께 치르는 서울 종로·경기 안성·청주 상당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고, 윤미향·이상직·박덕흠 의원의 제명안도 처리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송 대표가 세 의원 제명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데는 “(민주당이) 국회에서 엄청난 의석을 갖고 국민이 볼 때 ‘입법 독재다’, ‘독선적 운영이다’ 할 정도로 마음껏 의회를 주물러 왔는데 진작에 좀 하지 왜 늦게 이렇게 하느냐는 생각도 좀 든다”면서 “진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특히 윤미향 의원 제명 추진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로 글을 올려 “선거가 임박하자 이제 와서 윤 의원을 제명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그동안의 태도에 대해 철저히 사과하고 (국민의힘이 추진할) ‘윤미향 방지법’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세 의원의 제명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무슨 생뚱 맞게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그거 처리하면 되지 왜 갑자기 그걸 끄집어내 정치쇄신 한다고 하나”라며 “(민주당은) 특검법부터 받으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선 앞두고 국면전환 하려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비리를 숨기기위해 눈속임 하려는 것”이라면서 “(민주당 눈속임에) 장단을 맞추면 우리만 우습다. 특검법부터 받아야 정치가 쇄신이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도부 차원에서 향후 대응 방향을 정리해나가는 중이다. 민주당발 국면전환을 경계하면서도, 자칫 정치개혁 이슈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치지 않도록 ‘줄타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대장동 특검 수용조차 없는 송 대표의 위선적 기자회견에 저희들이 그들의 프레임에 갇힐 필요가 없다”면서 “원내의 다른 지침이 있을 때까지 개별 의원님들의 의견은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의 3·9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인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민주당의 일부 지역구 무공천 방침에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권 선대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첫 공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진정하게 개혁을 말하면 얼마든지 환영하고 정치개혁에 대해 경쟁할 용의가 있는데 순수해보이지 않는다”면서 “진짜 (개혁)하려면 말만 나오다 중단된 대장동 특검을 받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권 본부장은 “(국민의힘 재·보선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는 국민들 뜻이 어떤지 충분히 듣고 반영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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