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원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
"윤석열, 선거판 주도할 `어젠다 세팅` 아직 없어"
"이준석, 당대표 아닌 `개인` 이준석만 보여"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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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김성곤 부장·정리 권오석 기자]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갈 건지, 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국가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는 그 부분이 아직 없다.”
`보수 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야권의 윤석열 대선 후보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통령 후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당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려면 선거판을 주도해야 하는데, 이를 주도할 국가적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이 안 돼 있다”고 이같이 말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의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냈던 김 전 의장은 총선 패배 이후 공개 행보를 중단했다. 야권에서는 총선 패배의 원인을 공천 실패로 돌렸고, 김 전 의장은 모든 비판을 감수하고 사실상 공개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는 “한마디로 독박을 썼다”며 “과거에도 공천을 잘못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았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두문불출하던 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 글을 통해 선거대책위원회 해체 파동 등 잇따른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비판 대상은 이준석 대표와 윤 후보였다. 김 전 의장은 “이 대표에 대한 기대가 많았는데, 지금 하는 걸 보니 그게 아니다. 제1야당의 대표 이준석의 역할은 없고 개인 이준석의 역할만 있는 것 같다”면서 “(윤 후보는)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갈 건지, 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젠다 세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 원로이자 야권의 정치 대선배로서, 정권교체를 향한 간절한 마음은 여전했다. 김 전 의장은 “`대한민국을 구하겠다` `국민의 자존심을 살리겠다` `미래를 확실하게 제시하겠다` 세 가지 어젠다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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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 전 의장과의 일문일답
-21대 총선 참패 이후 저술 외 공개활동이 거의 없었다.
△총선을 왜 실패했는지는 물어보지 않느냐(웃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한마디로 독박을 쓴 것이다. 내가 입을 열면 `변명하는 사람`으로 취급할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근데, 공천이 잘못돼서 총선이 망했다고 하는 건 진리가 아니다. 선거는 공천이 전부가 아니다. 과거에도 공천을 잘못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았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 그때 모두 최악의 공천이라 했는데 결과는 매우 좋았다. 공천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굉장하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난 21대 총선 선거 전략이 뭐였나. 제대로 내세운 전략이 있었나. 그건 보지도 않고 공천이 잘못했다고만 하는 것이다. 가령, 오세훈·나경원 등도 공천 잘못으로 떨어졌는가. 이준석 대표도 공천받아 낙선했는데 공천이 잘못됐다면 당 대표 선거에도 못 나왔을 것이다.
-공천이 잘못됐다고 그 당시 말이 많았다.
△지역구마다 자기가 틀림없이 공천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은 된다. 근데 그 중 1명만 선택할 수밖에 없으니 나머지 9명은 입이 튀어나온다. 이들을 적절히 안아줘야 할 기구와 조직과 사람이 필요한데 그게 당시엔 전무했던 것이다. 그래서 모든 비난과 비판을 혼자 뒤짚어썼다. 대선도 마찬가지다. 10여명이 나와서 윤석열 후보 혼자 됐다. 나머지 사람들을 내팽개치면 기분이 좋겠나. 끌어안아야 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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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행을 하다가 최근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잠행이 아니라 그냥 조용히 있었다…(웃음). 사람들이 나를 정치 원로라고 하는데, 난 원로 소리 자체를 듣고 싶지 않다. 원로의 역할은 참 힘들다. 원로라는 개념 자체도 매우 보수적이다.
-이준석 대표를 강하게 저격했다.
△이 대표에 대해 기대를 참 많이 했었다. 이준석이 상징하는 젊은 세대가 정치에, 그것도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관심을 가진다는 건 매우 밝은 징조였다. 그런데 지금 하는 걸 보니 그게 아니었다. 제1야당의 대표 이준석의 역할은 없고 개인 이준석의 역할만 있는 것 같다. 당 대표의 역할은 없더라. 뭔가 잘못됐다. 지난 `울산회동`이 그러하다.
△당무를 `보이콧`(거부)하면 안 된다. 정치에서 젊은 세대들의 호응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걸 이 대표에게 기대했던 거다. 자기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 대표가 할 일이 아니다. ‘젊은 당’으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비전과 야당으로서의 정권투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당이 이런 식으로 가면 안 된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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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 후보를 비판했었는데 지금은 어떠한가.
△내 기대치가 높다. 아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대통령 후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당선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러려면 선거판을 주도해야 하는데, 이를 주도할 국가적 `어젠다 세팅`이 안 돼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번갈아 가면서 국민에 얼마를 주겠다느니, 뭐를 해주겠다느니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갈 건지, 왜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어젠다 세팅을 해야 한다.
-윤 후보가 어젠다 세팅이 부족한가.
△아직도 없다. 안 나왔다. 3가지가 있다. 첫째, 대한민국을 구하겠다. 둘째, 국민의 자존심을 살리겠다. 셋째, 미래를 확실하게 제시하겠다. 이 세 가지 어젠다를 설정한 후에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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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와 이 대표의 호흡이 괜찮아지지 않았나.
△나아지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무슨 악재가 언제 어떤 식으로 튀어나올지 모른다. 보수 야당은 약점을 `리커버링`(만회)하는 데 취약하고 서투르다. 민주당보다 덜 뻔뻔하다. 민주당은 사태가 터지면 아랑곳하지 않고 뒤집어씌우는데 이쪽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다. 앞으로 선거에서 어떤 상황이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데, 1%포인트~2%포인트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큰 판을 끌고 나갈 수 있다는 능력과 신뢰를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홍준표·유승민이 보이지 않는다. 원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당연한 것 아닌가. 그 부분이 야당의 한계다. 여당과 달리 야당은 줄 게 아무 것도 없다. 뭘 줄 수 있나. 윤 후보가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하나 혼자선 안 된다. 후보가 되면 엄청 바빠지기 때문에 그들(홍준표·유승민)에게 매달리다간 선거운동 못한다. 그래서 주변에서 분위기도 잡고 같이 일하자는 식으로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
-김건희씨 리스크에 대한 후보와 당의 대처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기도 힘들게 됐다. 90도 고개를 숙이며 기자회견을 했으나 늦었다. 김씨가 선거기간 내내 얼굴을 비추기 힘들어진 부분이 있다. 거기에 MBC 보도도 터졌다. 저쪽(민주당)은 모든 걸 다 가지고 있다. 계속 악재를 만들어낸다. 이쪽(국민의힘)은 그 악재를 만회하는 기술이 떨어진다. 민주당은 계속해서 김씨를 선거용 호재로 활용할 것이다. 김씨가 좋은 행동을 해도 트집을 잡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말려들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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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내외에선 단일화 없이 3자 구도 승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안철수·홍준표·유승민 다 함께 가야 한다. 공동의 정권을 창출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단순 협력 차원이 아니다. 단일화가 안 되면 어렵다.
-야권 단일화가 안 되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나.
△야당에서 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단일화 하면 정권교체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건가.
△매우 높아진다.
-안철수 후보가 적정한 시기에 응할 거라고 보나.
△시점은 뻔하다. 조건과 명분을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단일화를 위한 노력이 전혀 안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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