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 법정구속 2개월 만에 보석
1심 이어 유죄 확인 땐 윤석열 타격
김건희, 주가조작·무속 논란도 계속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에서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25일엔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후보 장모 최아무개(75)씨에 대한 항소심 판단이 나온다. 첩첩산중 격인 윤 후보 ‘처가 리스크’에 국민의힘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씨는 오는 25일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강열 박재영 김상철) 법정에 선다. 의료인이 아닌 최씨는 2013년 2월 경기도 파주시에 요양병원을 개설한 뒤 2015년 5월까지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22억9천여만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 의료법 위반)로 2020년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4년 전 동업자들만 처벌받고 최씨는 법망을 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이뤄진 뒤늦은 기소였다. 그리고 윤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3일 만인 지난해 7월2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정성균)는 최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다. 최씨는 수감 2개월 만인 지난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씨가 요양병원 개설·유지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최씨가 만약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윤 후보로서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리스크’의 한 축에서 자유롭게 되지만 유죄가 재확인된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윤 후보는 지난달 14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5년 전 이미 무혐의 판단 받은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서 관련자 한사람 진술 바뀌었다고 해서 기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재수사를 윤석열 죽이기, 과잉 수사의 일환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최씨 처벌이 과잉·표적 수사의 결과라는 주장인데 법원에서 거듭 유죄가 확인되면 윤 후보 본인이 강조하는 공정·상식의 잣대가 가족 문제에 있어서는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승기를 다져야 하는 시점에서 장모 문제가 결정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김건희씨 통화 육성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무속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에서는 ‘무정스님’으로 불리는 역술인이 윤 후보에게 “사법시험 공부를 계속하라”, 김씨에게는 “석열이와 잘 맞는다”며 결혼을 권유했다는 김씨의 통화 내용이 방송됐다. 김씨가 인터넷 매체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굿을 한 적이 없다며 ‘홍준표·유승민이 굿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은 “거짓말”, “허위 날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이 ‘통화 내용에 대해 김씨가 직접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검토된 바는 있다. (통화 내용이) 방송되고 있기 때문에 다 끝난 다음에 종합적인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진 법사가 2015년 예술의전당에서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마크 로스코'전의 브이아이피(VIP)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다는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여권은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무속 논란 공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안대응티에프(TF)는 이날 “김씨가 2010년까지 22억원을 들여 매수해 보유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전량을 주가 조작이 집중된 시기였던 2010∼2012년 사이 모두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 내역을 모두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2014년 도이치모터스 감사보고서에 2012년 12월31일 기준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만큼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얼마의 시세차익을 거뒀는지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경선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라고 하는 것은 주가의 변동도 크지 않았고 저희 집사람 오히려 손해 보고 그냥 나왔다”고 주장했지만 김씨는 2013년도 귀속분이라며 2016년 7월, 증권거래세 118만원과 양도소득세 2058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돼 시세차익이 최소 7천만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 비선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산 ‘건진법사’와, 그의 스승 ‘혜우스님’이 2015년 김씨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주관한 ‘마크 로스코전’의 브이아이피(VIP)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사진과 동영상도 공개했다. 김 의원은 “당시 개막식은 브이아이피 대상이라 여야 원내대표 등 거물급 정치인과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가 참석했다”며 “이런 행사에 ‘혜우스님’과 ‘건진법사’가 초청을 받아 함께 참석한 것으로, 이들과 김씨 세 사람의 오랜 인연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마크 로스코전 개막식에는 박영선 전 장관, 우윤근 전 의원 등 지금의 여권 인사들도 참석했다”며 “김건희 대표는 행사장을 다니며 감사인사를 나눈 것이 전부다. 의도적으로 무속인과 오랜 친분인 것처럼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나, 악의적이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당내에서는 윤 후보 부인과 장모 관련 의혹이 폭발성 있게 터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잔펀치’가 쌓여가고 있어, 박빙승부에 부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배우자 리스크만큼은 아니지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장모 선고도) 결코 작은 문제라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모 사건은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솔직히 말해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의혹이나 장모 기소 사건으로 윤 후보가 갖고 있던 공정과 상식의 아우라를 잃어버렸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배지현 beep@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