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현장 찾아 실종자 가족 위로…"잊히는 상황 두려워"
광주 붕괴사고 희생자 발인식 |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여전히 기다림의 연속이네요 제가 떠났을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습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실종자 가족에서 유가족이 된 김모(35)씨는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돌아온 천막에서 23일 하염없는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고 현장 초입에 자리한 천막에서는 이번 사고로 실종된 이들의 가족이 열사흘째 구조 소식만 바라며 하염없이 시간을 보낸다.
지난 16일 아버지의 빈소를 차린 서울로 떠날 때 김씨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던 이들은 일주일 전 모습 그대로 천막에 머물러 있다.
김씨는 "다시 와보니 수색 상황은 변함없는데 다른 가족들 얼굴만 더 핼쑥해졌다"며 "송구한 마음만 든다"고 말했다.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사고 현장에 돌아온 이유로는 "남은 분들께 인사라도 하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막상 와보니 드릴 말도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없는 것 같다"며 "실종자도 사망자도 아닌 피해자 가족의 일원으로라도 필요하다면 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 적극성 없어"…성토하는 붕괴 피해자 가족 |
사고 이후 2주 가까이 생사조차 모르는 실종자 5명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염원도 드러냈다.
김씨는 "제 아버지와 같은 현장에서 일했고 함께 사고를 당한 분들이지만 지금껏 얼굴조차 모른다"며 "꼭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바람과 달리 제 아버지처럼 발견된다면 영정 앞에 술 한 잔이라도 올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원인 규명은커녕 실종자 구조도 끝나지 않은 이번 사고가 기억에서 잊히고 관심에서 멀어지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는 걱정도 했다.
김씨는 "정작 사고를 낸 현대산업개발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뉴스 중요도나 국민 관심도는 점점 떨어지는 듯하다"며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누구라도 겪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의 비극이 아닌 사회적 참사"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층부 수색, 잔해제거 작업 재개 |
김씨가 아버지를 잃은 이번 사고는 HDC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광주 서구 화정아아파크 신축 현장에서 지난 11일 오후 발생했다.
지상 39층까지 건물 23∼38층 내부 구조물과 외벽 일부가 붕괴하면서 28∼31층 실내 공사를 맡았던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가운데 1명이었던 김씨의 아버지는 붕괴 나흘째인 14일 오후 지하 1층에서 사망한 상태로 수습됐다.
기울어진 타워크레인의 해체 등 구조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작업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상층부 붕괴 잔해에서 남은 실종자를 찾기 위한 정밀 수색도 지연되고 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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