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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취재파일] "공수처, '검찰 개혁' 앞세우다 제 기능 약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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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공수처 산파' 한상희 교수 "공수처 지난 1년은 거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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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 1년을 맞은 21일 아침. 청사로 출근하던 김진욱 공수처장이 철문을 사이에 두고 잠시 기자들 앞에 섰다. 김 처장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조직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처장과 기자들 사이 놓인 '닫힌' 철문이 더 눈에 들어오는 건 왜일까. 공수처가 외부인 초청 없이 내부적으로 조용하게 1주년 행사를 치르기로 하면서 닫아놓은 것이지만, '닫힌' 철문은 떠들썩하게 출범식을 치렀던 1년 전 과는 사뭇 달라진 공수처의 현실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체포영장·구속영장 발부율 0%, 직접 기소 0건. 수사역량 부족 비판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는 무분별한 민간인 통신 조회 논란이 일었고, 최근엔 아내 폭행 혐의로 소속 검사가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수처 출범을 반대해 온 이들은 물론이고 공수처 출범을 적극 지지해왔던 이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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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건국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출범에 있어 지분이 큰 인물 중 한 명이다. 한 교수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을 맡아 지난 2005년부터 16년 동안 공수처 설치 운동을 이끌어왔다. 그런 한 교수도 SBS 취재기자를 만나 "공수처의 지난 1년은 거의 실패했다"며 "아마추어 수사, 인권침해적 수사에 우려가 깊다"고 날을 세웠다.

"공수처, 수사보다 '검찰 개혁'을 전면에…'고위공직자 처벌'이라는 제 기능 약해져"



Q. 공수처 출범 1년을 평가한다면?

공수처 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20년 가까이 논의되어 왔던 의제입니다. 원래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 그리고 권력형 범죄를 제대로 조사하고 또 처벌하는 그런 기구로서 제일 처음 이야기가 됐는데요.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검찰 개혁이 중요한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했고, 공수처의 존재 목적에 검찰 개혁의 한 축으로서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역할이 추가된 것이죠.

문제는 공수처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검찰 개혁이라는 슬로건이 전면에 나서면서, 사법적인 정의를 세워야 하는 국가기관들이 협력해서 처단해야 되는 고위공직자 범죄의 문제가 공수처와 검찰이라는 두 조직의 대립 관계로 치환돼 버렸습니다. 그 바람에 공수처의 기능이 상당히 약화돼 버렸어요. 엄밀히 말하자면 공수처는 검찰, 경찰과 더불어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범죄를 척결하는 그런 기구가 돼야 되는데요.

공수처의 기능에 검찰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까 공수처는 검찰과 대립하면서 검찰의 권력을 통제하는 기구라는 이런 성격이 부여되고 이 과정에서 검찰의 그동안 쌓아왔던 수사력이라든지 또는 범죄에 관련된 제반의 노하우들 뭐 이런 것들이 공수처가 이용하지 못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거죠. 공수처의 기능성이라는 거 또는 업무의 효율성이라는 게 예상한 것보다는 상당히 떨어지는 그런 결과를 야기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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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 등 반인권적 수사, 심각한 반성 해야"



Q. 공수처 출범 1년, 여러 논란 있었는데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면?

공수처장이 공수처의 수사를 인권 친화적으로 만들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제대로 된 발언입니다. 하지만 공수처가 인권 친화적인 수사를 했느냐 저는 별로 그렇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인권 친화적인 수사라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를 하지 않겠다든지 또는 피의자 소환되는 과정을 비밀에 부친다 이런 것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가능하면 강제 수사가 아니라 임의수사로 나아가고, 가능하면 피의자나 혐의자들의 사적 생활을 보장하는 체제 속에서 그들의 방어권이 제대로 행사되는 과정에서 수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인권 친화적인 수사라고 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공수처가 해온 수사를 보면 체포영장이라든지 구속영장이라든지 또는 압수수색 영장 같은 강제수사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또 논란이 되고 있는 통신자료 조회를 무분별하게 하고 있는 걸 보면 반인권적인 수사 관행들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해서 수사에 이용하는 것은 검찰 또는 경찰이 계속해 왔던 가장 반인권적인 수사 기법이거든요. 공수처가 검찰 개혁의 한 방편으로 제시된 기구라고 한다면 당연히 검찰이 그동안 해왔던 반인권적인 수사 관행을 과감히 털어버리는 수사 기법들을 개발하고 또 시행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공수처는 이 점에 있어서 심각한 반성을 해야 되고 또 국민들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 설명하는 기회를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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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에 시간 줘야…수사 인력 늘리고 검경 수사협력도 필요"



Q. 공수처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공수처가 설치되고 나서 1, 2년 정도는 수사 기법을 배우고 또 새로운 수사 기법들을 만들어내고 공수처의 기능이나 역할에 부응하는 그런 수사 시스템을 구성하는 이런 일종의 성숙기를 가져야 되는데 지금 공수처는 그런 기간을 갖지도 않은 채 수사에 뛰어들었습니다. 수사력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때그때 수사하는 과정에서 체득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뭔가 최선의 수사 기법들을 익혀나가는 이런 방법도 있겠죠. 그런데 지금 공수처는 그런 시간을 갖지 않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안고 있다 보니 성과를 내야 된다는 조급증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저는 공수처에게 좀 더 많은 시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25명의 수사 검사로 구성되는 공수처가 모든 권력형 범죄를 다 수사할 수는 없습니다. 권력형 범죄는 많은 인력을 투입해서 빠른 시간 내에 증거들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수사 검사 숫자가 너무 적습니다. 인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면서, 혹시 모를 수사 검사의 권한 남용은 다른 수사 기관 간의 견제 장치를 이용해 통제하는 틀을 마련하는 게 합리적이죠.

더 중요한 게 공수처와 경찰 검찰이 협력하는 그런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겁니다. 영국의 경우, 여러 수사기관들이 있고 그 기관의 장이 새로 취임할 때마다 서로 협의를 하고 그 협의한 결과를 하나의 각서로 남겨두거든요. 우리 공수처는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어떤 범죄를 수사하는데 검경의 협력을 받는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공수처가 좀 더 효과적인 수사 기구가 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력 체계를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김관진 기자(spiri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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