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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미·러 외교수장 우크라이나 사태 합의 실패 ... 정상 간 최종 담판 가능성은 열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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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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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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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의 외교 수장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마주 앉았다. 양측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으며 긴장을 해소할 돌파구를 찾는데는 실패했다. 양측은 다만 협상의 모멘텀은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미·러 정상회담을 통한 담판 가능성도 열어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프레지던트 윌슨 호텔에서 만나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에 대해 약 1시간30분 논의했다. 회담을 마치고 나온 양측은 각자 브리핑을 갖고 합의에는 실패했지만 대화는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이 “건설적이고 실용적이었다”면서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에 대한 대답을 문서로 다음 주 중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에 따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적어도 며칠 미뤄졌다고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다만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아직 우리가 생각하는 길로 가는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의 답변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15일 미국 측에 러시아·미국 간 안전보장 조약안과 러시아·나토 회원국 간 안전 확보 조치에 관한 협정안 등 2개 문서 초안을 전달한 바 있다. 문서에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을 추가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진을 계속하는 것을 멈추고, 러시아 인근 국가들로 중·단거리 미사일 등의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링컨 장관은 브리핑에서 “솔직하고 실질적인 대화였다”고 이번 회담을 평가했다. 그는 “협상이라기보다는 아이디어 교환이었다”며 입장차를 확인했다. 그러면서 “외교 협의는 계속돼야 한다고 서로 합의했다. 다음주 문서를 전달해주고 그 후에도 더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오늘 합의를 토대로 향후 대화를 더 나눌 수 있다. 최소 장관급으로 하고 필요하고 효과적이라고 보이면 두 대통령이 대화를 할 준비가 돼있다”면서 “최선의 방법이 정상회담이라면 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공개 회담에 앞서 기자들 앞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의 제안은 매우 명료하다”며 “우리는 똑같이 명료한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금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우리의 이견을 오늘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절차 철회와 우크라이나 내 나토군 철수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요구는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과 서방, 러시아는 지난 주 세 차례 연쇄 고위급 회담을 가졌지만 모두 빈손으로 끝냈다.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시킨 이날 회담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분수령으로 평가됐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 아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 베를린에서 만나 “러시아 군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새로운 공격행위를 한다면 미국과 동맹국은 신속하고 혹독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는 전술상 여러 가지 수단을 활용한다. 하이브리드 공격이나 (체제, 국가,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동, 준 군사작전 등의 시나리오도 동맹국 간 모두 검토했다”며 “이 모두에 대해 공동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경미한 침입’의 경우 대응 수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데 대한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이동하면 이는 침공”이라며 전날 발언 진화에 나섰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가혹하고 조율된 경제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의문의 여지가 없다. 푸틴이 그런 선택을 한다면 러시아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제재 수단 중 하나로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을 중단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발트해 해저를 통해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에 대해 “아직 가스관에 가스가 흐르는 건 아니다”라며 러시아 압박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암시했다. 그는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로 써선 안 된다. 우리는 러시아가 갈 길을 결정할 수 없지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명확히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협력은 우크라이나를 지킬 뿐 아니라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서방과 러시아는 협상의 문은 열어놨지만 우크라이나와 주변 지역에 군사력 배치를 늘리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자국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이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이전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앞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극동 지역에 주둔하는 첨단 방공미사일 S-400 운용 2개 포대를 우크라이나 이웃국가 벨라루스로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2022년 러시아군 훈련 계획에 따라 오는 2월까지 해상 훈련을 지중해, 북해, 오호츠크해, 북동대서양, 태평양에서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구민 기자 km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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