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는 머리 눌려서…대화하려고 흉기 소지해”
김병찬 측, 우발적 범행 주장…정신감정 신청
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이 지난해 11월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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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병찬(35)이 20일 첫 공판에서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김래니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김병찬은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중구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30대 여성 A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경찰에 김병찬의 스토킹과 협박을 수차례 신고한 후 신변 보호를 받던 중이었다. 당시 법원은 경찰의 신청에 따라 김 씨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 정보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스토킹 중단 경고 등 잠정조치했었다. 다만 사건 당시 A 씨는 착용하고 있던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긴급구조 요청을 했으나, 얼굴 등을 심하게 다친 채 발견됐고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이후 서울경찰청은 지난 11월 25일 “피의자가 범행을 시인해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있어 살인 혐의가 입증된 상태로 범죄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다”며 김병찬의 신상을 공개했다.
김병찬 측 변호인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공소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건 당시 경찰의 신변 보호용 스마트워치에서 나오는 경찰의 목소리를 듣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계획 살인은 부인했다.
이어 지난해 6월 A 씨와 결별한 당시 김병찬이 살해 마음을 먹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며 “7,8월 경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는 등 연인관계를 유지해왔고 최종 결별은 그 이후”라고 했다.
김병찬은 범행 전날 모자와 흉기를 구입했다. ‘계획 살인 아니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김 씨 변호인은 “(당시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올라와 머리가 많이 눌렸었고, (접근금지 조치로) 경찰들한테 보이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흉기 소지에 대해선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대화를 안 할까봐”라며 “죽이려 한 게 아니고 집에 들어가려고 위협용으로 산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씨 변호인은 “김 씨가 가정사를 이유로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며 재판부에 정신감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필요성이 없는 주장이며 맞섰고,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뒤 향후 정신감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피해자의 동생 B 씨도 출석했다. 그는 “원하는 건 언니가 돌아오는 것밖에 없는데 방법이 없다”며 “대화하려고 갔으면 상식적으로 누가 칼을 들고 가느냐”며 오열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 후 B 씨를 증인으로 불러 피해 내용 등을 자세히 증언토록 할 예정이다. 김병찬의 다음 재판은 3월 16일 오전 열린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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