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역 앞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진단검사 대상자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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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보건소에서 일하는 간호사 A씨에게 지난 2년은 ‘희망고문’에 가까웠다. A씨는 “2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며 “매번 내년에는 다른 일을 하는 나를 상상했는데, 델타와 오미크론 같은 변이 바이러스가 나올 때마다 그런 생각은 완전히 뒤집혔다”고 말했다. A씨에게 2022년은 다른 해가 될까.
국내 코로나19 발생 3년차로 접어들지만 ‘K-방역’은 여전히 사회 구성원들을 쥐어짜내 만든 동력으로 굴러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유행만 잘 넘기면 비상대응 체제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A씨 같은 의료진에겐 또 다른 희망고문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공공·민간 가릴 것 없이 의료 현장에선 ‘번아웃(피로 누적에 따른 탈진 증세)’을 호소하는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역학조사관 등이 넘친다. 부산의 한 민간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B씨는 “처음엔 경증 환자만으로 병상을 운영하며 곧 종식이 될 거라고 믿었는데, 위중증 환자가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끝이 안 보이는 터널에 갇힌 느낌”이라고 했다.
정부는 확진자가 늘면 병상도 늘려야 한다며 목표치를 제시하곤 했지만, 그 병상을 뒷받침해야 할 의료인력 확충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는 게 보건의료단체의 반복된 지적이다. 한때 의료진을 응원하자는 취지로 정부가 주도한 ‘덕분에 챌린지’가 유행했는데, 정작 의료진은 청와대 앞으로 몰려가 “‘덕분에’는 필요없다. 현장인력 확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다가온 오미크론 유행은 새로운 과제를 얹었다. 재택치료가 일반화되면서 재택치료 환자를 비대면으로 관리하기 위한 인력 확충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정부가 재택치료를 확대한 이후 현장에선 의료진 1명이 환자 100~150명을 담당하면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물론 환자 관리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의료단체는 “재택치료 관리 행정·모니터링 인력을 확보해 ‘재택 방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진단검사량 증가, 민간병원 진단검사 역할 확대 등도 의료현장에 새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전통시장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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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거리두기 조치 장기화로 폐업하거나 ‘워크아웃(채무조정)’ 상황에 빠진 이들이 많다.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을 제한하는 거리 두기는 2020년 5월 처음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단계 조정을 거듭하며 지속되고 있다. 방역당국은 거리 두기가 확산세를 잡는 데 유효한 수단이란 점을 강조하지만, 제대로 된 손실보상이 뒤따르지 않는 거리 두기는 자영업자에 대한 ‘고통 전가’란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실내골프장을 운영하는 C씨는 “한달 임대료 800만원 등 고정지출을 감당하려고 계속 수 천만원대 빚을 내고 있다”며 “오후 9시 영업 제한이 생긴 이후 매출이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고 했다.
자영업자가 짊어진 고통의 무게는 이들이 진 빚으로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1인당 대출은 평균 3억5000만원으로 비 자영업자(9000만원)의 4배에 달했다. 업종별 대출 증가율(전년 대비)은 도소매 12.7%, 숙박음식 11.8%, 여가서비스 20.1% 등 거리 두기에 타격을 입는 대면 업종에서 높았다.
최근엔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법원 결정으로 대형마트·백화점 방역패스가 해제되면서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역차별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대기업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새로 쓰는 반면 대면업종·자영업자 고충은 심해지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국면이 언제 끝날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의 방역정책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방역패스 도입 정책이 여론의 저항을 맞는 것이 단적인 예다. 정부가 보다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안전망을 확장·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동시에 새로운 전염병 출현에 대비하는 장기적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백신과 치료약 제조, 의료기관과 인력 확충에 총력을 기울 필요가 있다.
허남설·민서영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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