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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채용 성차별', 범죄로 확인됐지만…KB국민은행 '벌금 5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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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KB국민은행 채용 비리 유죄 확정'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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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또 한 곳의 금융권 채용 비리 재판이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재판을 받아온 은행과 임직원 모두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이로써 대법원은 지난 2018년 채용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금융기관 가운데 다섯 번째 확정 판결을 냈다. 바로 KB국민은행이다.

'점수 조작' 임직원들만 기소…'친인척 취업 특혜' 회장은 불기소



지난 2018년 초 금융감독원은 국내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채용 적정성 현장 검사를 진행해 2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KB국민은행은 이른바 VIP 리스트를 관리하며 당시 윤종규 회장의 친인척에 취업 특혜를 제공한 정황과 남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임의로 올려 조작한 정황 등이 드러났다. 이후 검찰이 수사를 벌였고, 서류 점수 조작 등에 관여한 은행의 임직원들은 기소된 반면 윤 회장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검찰은 윤 회장의 지시·보고 여부를 수사했지만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기소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는 1심 판결 후 "윤 회장이 처벌받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윤 회장을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시민사회 비판도 이어졌다.

"남성 더 뽑으려고" 성적 조작…사실로 확인된 '채용 성차별'



재판에 넘겨진 임직원은 모두 4명. 채용 총괄을 담당했던 전 인사팀장 오 모 씨와 최종 결재권자인 이 모 전 부행장, 인력지원부장·HR총괄상무를 지낸 권 모 씨, 전 HR본부장 김 모 씨 등이다.

이들은 지난 2015년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 결과 여성 합격자 비율이 높게 나타나자 남성 합격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기소개서 평가 등급을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점수가 올라 합격했고, 반대로 합격권에 있던 여성 지원자 112명이 점수가 낮아지면서 불합격 처리됐다. 2차 면접전형에선 청탁 대상자 20명을 포함해 28명의 면접 점수를 조작하고, 이 가운데 20명을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하반기 신입 행원 채용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인턴 직원 채용 전형에서도 수백 명의 서류전형과 면접전형 점수를 조작해 청탁 대상자를 선발한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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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KB국민은행, 벌금 500만 원…"솜방망이 처벌"



특히 이들이 '남성 합격자 비율을 높이기 위해'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소문으로 떠돌던 채용 성차별을 직접 확인한 여성들의 분노가 컸다. 이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을 받게된 KB국민은행 법인에 대한 처벌 수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양벌규정은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11월 1심 재판부는 KB국민은행 법인의 유죄를 인정하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임직원들에 대해선 "심사위원들이 부여한 점수를 사후에 조작해 여성을 차별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당락이 갈라진 지원자의 규모가 상당하다"며, 전 인사팀장 오 씨와 전 부행장 이 씨, 당시 인력지원부장 권 씨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전 HR본부장 김 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전 인사팀장을 제외한 임직원 3명과 KB국민은행 법인에 대한 형량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전 인사팀장 오 씨에 대해선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오씨가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점을 고려할 때 1심의 양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며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당장 시민사회에선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17일 "사회적 공정성을 훼손한 채용 비리 사안의 엄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은 솜방망이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채용 비리는 큰 범죄가 아니다'는 부정의한 메시지만 보낸 채 끝내버렸다"면서 "법조문에 매몰돼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포기한 사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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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비율 조절, 채용 비리라고 하기엔"…여전한 그들의 문제의식



국민은행은 대법원 판결 이후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국민은행 관계자는 SBS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법적으로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고, 향후 대응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은행과는 다르게 '남녀 비율 조절 조정' 문제였지 않느냐"며 "그때 그때 은행의 필요에 의해 인적 구성에 맞게 채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 부정 채용과는 조금 사안이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정 인물을 채용하기 위해 벌인 부정과는 다르다는 설명으로, 재판 내내 국민은행 측이 주장한 내용 그대로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채용 비리' 문제를 보는 그들의 시각이 전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금융정의연대는 "국민은행은 부정 입사자의 채용을 취소하고 서류전형 단계부터 검토해 피해자를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에 앞서 채용 비리 확정 판결을 받은 우리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은 부정 입사자를 모두 퇴사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은행은 부정 입사자 5명이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
김관진 기자(spiri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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