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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는 롯데 자이언츠(1992년 우승)에 이어 가장 긴 시간 동안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보지 못했다. 1994년 이후 무려 28년의 세월이 흘러 이젠 우승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만큼 간절하다.
고 구본무 LG 그룹 회장은 초대 구단주로 야구단에도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생전에 구단주의 생가인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 선수단을 불러 윷놀이 같은 친목 모임을 주선했고,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지 방문도 연례행사처럼 벌였다. 지방 출장을 다녀오다가 헬리콥터로 귀경 중 잠실구장에서 야간경기가 열리고 있자 서둘러 관전하러 왔던 일화는 유명하다.
LG 선수단에는 구본무 회장이 선물한 우승 기념 상징물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우승 축배주로 쓰기 위한 오키나와 특산 소주이고, 다른 하나는 고급 손목시계다.
1994년 봄, 선수단 격려차 오키나와 스프링 트레이닝 장을 찾은 구본무 구단주는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오키나와 소주(아와모리)를 나누어 마시다가 “올 시즌 우승을 하면 축승회 때 이 술로 건배합시다”고 제의했다. LG 구단은 귀국길에 아와모리를 여러 통 사 들고 들어왔다. 그해 가을, LG가 창단(1990년) 후 두 번째로 우승한 자리의 축배는 당연히 아와모리로 채웠다.
LG 구단은 1995년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 길에 ‘영광이여 다시 한번’을 외치며 큰 항아리에 든 ‘구메지마(久米島) 아와모리’ 3통을 사서 보관해놓았다. 하지만 9000㎖의 크기의 항아리에 담겨 있는 43도짜리 독한 소주 동이를 개봉할 기회는 좀체 오지 않았다.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술독을 봉인해놓은 종이 색깔은 누렇게 변색이 됐고, 최근에는 은퇴한 박용택이 모 방송에서 ‘술이 증발해 폐기처분’ 됐다는 엉뚱한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바람에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해묵은 술’은 아직도 경기도 이천 LG 구장 전시관 한구석에서 세상에 빛 볼 날을 기다리고 있다.
시계는 구본무 구단주가 1997년 단목 행사 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최우수선수(MVP)에게 고급 손목시계(롤렉스)를 선물하겠다고 약속, 실제로 해외 출장길에 사 온 것이다. 그 시계는 현재 구단 대표이사 금고에 고이 간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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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단은 지난해에 정규리그 1위 KT 위즈에 불과 1.5게임 뒤진 3위로 3년 연속 가을 잔치에 참여했다. 팀 승률도 2013년( .578) 이후 가장 좋은 5할 5푼 4리를 기록했고, 팀 평균자책점(3.57)은 전체 1위였다. 그만큼 최정상에 성큼 다가갔던 한해였으나 흔히 말하듯 ‘2% 부족’으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미흡했던 부분은 기록이 말해주듯 팀 타율(8위, .250)과 장타력(홈런 공동 4위)이다.
희망은 끈은 올해 더욱 튼튼해졌다. 투수력이야 남들이 다 알아주는 터이고, 팀 핵심타자인 김현수를 눌러 앉히는 데 성공한 데다 모처럼 외부 FA 선수 박해민을 영입, 기동력과 외야 수비가 한층 보완됐다.
LG 구단의 염원은 해마다 상위권에 머물면서 4, 5년 간격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구단 운영 방침이자 그런 희망은 바로 구광모 구단주의 뜻이기도 하다. LG 그룹 회장인 구광모 구단주가 올 시즌을 앞두고 차명석 단장의 요청을 선뜻 받아들여 외부 FA 영입에 지원을 해 준 것도 나름대로 뜻깊은 선물이다.
2019년 구단 단장을 맡은 이후 3년 연속 팀을 포스트 시즌으로 이끄는데 앞장섰던 차명석 단장은 “오키나와 소주는 약간 자연 증발이 되긴 했으나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만약 우승한다면 (술을) 공수라도 해와서 채울 계획”이라면서 “시계도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때가 타고 변색이 됐다. 그래서 지난해에 깨끗하게 다시 소제를 해 놓았다”고 전했다.
고 구본무 구단주가 남긴 ‘귀한 선물’이 임자를 기다리고 있다. 기운은 무르익었다. LG 구단의 간절한 염원, 올해야말로 기필코 우승을 향한 선수단의 발걸음이 가볍다. 누구 말마따나 ‘개봉박두’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사진. LG 단목행사(앉아 있는 이가 고 구본무 회장)와 아와모리 소주, 그리고 1994년 우승 기념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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