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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차기 대선 경쟁

윤석열-안철수 후보단일화, 두가지 진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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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역대 대선 단일화 살펴보니


한겨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스치듯 지나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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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선거는 표를 많이 받는 사람이 이기는 제도입니다. 우리 편이 뭉치면 유리하고 갈라지면 불리합니다. 상대편이 뭉치면 불리하고 갈라지면 유리합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를 할까요? 요즘 정가의 최대 화두는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유권자인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이야기는 기득권 양당이 어떻게든 저를 없애려고 하는 술수”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빠르게 지지율을 되찾으면서 조만간 이재명 후보에 비해 7~8%포인트 우위를 지킬 것”이라며 단일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이른바 보수 세력은 대부분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87년 단일화 실패로 노태우 당선

97년·02년엔 집권에 결정적 구실


역대 단일화 돌아보니, 뭉쳐야 된다?


간단한 산수입니다. 2017년 대선 후보별 득표율은 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 유승민 6.76%, 심상정 6.17%였습니다. 홍준표,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45.44%로 문재인 후보보다 높습니다. 유승민 후보까지 합치면 무려 52.20%입니다.

1월1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 후보별 지지도는 이재명 37%, 윤석열 28%, 안철수 14%, 심상정 3%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1주일 전과 큰 변화가 없습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를 합치면 이재명 후보를 이깁니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습니다. 정치적 환경, 후보들의 의지, 명분 등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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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습니다. 미래를 알고 싶으면 과거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를 다 아는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1987년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어떤 의미에서 후보 단일화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후보 단일화라는 용어는 1987년 대선을 앞두고 처음 등장했습니다.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국민 다수는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희망했습니다. 6월 항쟁에 동참한 김영삼·김대중, 양 김씨 가운데 한 사람만 출마해야 노태우 민정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았습니다.

그러나 양 김씨는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고 각자 출마했습니다. 무모한 선택이었습니다. 6월 항쟁을 주도했던 재야도 ‘후단’(후보 단일화)과 ‘비지’(비판적 지지)로 분열했습니다. 후단은 대체로 김영삼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었습니다. 비지는 개혁 성향이 강한 김대중 후보를 지지하는 쪽이었습니다.

대선 결과는 노태우 36.64%, 김영삼 28.03%, 김대중 27.04%, 김종필 8.06%였습니다. 양 김 씨의 후보 단일화 실패로 정권을 민정당에 헌납한 것입니다.

그 이후 1990년 3당 합당으로 노태우-김영삼-김종필이 손을 잡았고, 그 여세를 몰아 1992년 대선은 김영삼 민자당 후보가 압승했습니다.

1997년 대선의 화두도 후보 단일화였습니다.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후보 단일화로 집권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김대중-김종필 후보 단일화를 의미하는 디제이피 연대는 1996년 4월 총선 이후 1997년 12월 대선까지 펼쳐진 한 편의 대하드라마였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이강래 전 의원이 2011년 펴낸 <12월 19일―정권교체의 첫날>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1996년 총선 직후 이런 구상을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결론은 디제이피 연합이다. 나는 디제이 선생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각제를 전제로 제이피와 연대하는 것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6대 국회에서 내각제 실현을 약속하고 제이피의 지원을 끌어내서 대선을 함께 치르고 공동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추진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의 길이었다.”

이강래 전 의원의 이런 구상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아들였고, 우여곡절을 거쳐 1997년 12월 대선 직전인 10월31일 ‘여야 간의 정권교체를 위한 새정치국민회의-자유민주연합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 등에 관한 합의문’이 완성됐습니다.

디제이피 후보 단일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두가지입니다. 첫째, 김대중 후보의 지지도가 김종필 후보보다 훨씬 높았지만, 단독 집권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둘째, 김종필 후보에게는 충청권이라는 지역 기반이 있었습니다.

2012년 단일화하고도 당선엔 실패

권력의지와 자기희생 있어야 가능

단일화가 쏘아올린 2002년 역대급 반전


물론 후보 단일화만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환 위기, 이인제 후보의 독자 출마 등 다른 변수도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후보 단일화가 없었다면 정권교체도 없었을 것입니다.

2002년 대선은 아예 후보 단일화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후 자서전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정몽준 후보에게 근소하게 뒤지는 3위였다. 결단할 때가 온 것이다. 이대로 가면 선거에서 이길 확률은 0%였다. 단일후보가 될 확률은 50%에 조금 모자랐다. 일단 단일후보가 되기만 하면 대통령이 될 확률은 100%에 가까웠다. 복잡하게 계산할 일이 아니었다. 한나라당에 정권을 다시 넘길 수는 없었다. 그보다는 정몽준씨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연립정부를 세우는 것이 낫다고 보았다. 정몽준 후보가 원하는 여론조사 단일화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민주당 후보라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는 것은 떳떳한 선택이 될 수 없었다.”

“한차례 생방송 토론을 했다. 그리고 11월25일 전문기관 두곳이 여론조사를 했다. 둘 다 내가 우세했지만 하나는 무효가 되었고 다른 하나는 유효했다. 정몽준 후보 진영이 고맙게도 결과를 흔쾌히 인정했다. 나는 단일후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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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후보는 이 장면을 좀 다르게 기억했습니다. 2011년 출판한 정몽준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단일화 이전 우리 측과 노 후보 측은 여론조사 방법에 관해 협상했다. 이때는 서로 유리하게 하려고 방법론을 놓고 밀고 당기기를 많이 했다. 하지만 노 후보 쪽은 프로였고, 우리 쪽은 아마추어였다.”

2002년 대선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없었다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을 것입니다. 후보 단일화의 위력을 온 국민이 학습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2012년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는 실패했습니다. 단일화 협상 도중 안철수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고 문재인 후보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선 승자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습니다. 후보 단일화가 만능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대선은 아니지만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경쟁력과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2개 여론조사 기관이 각각 1600명 표본(800명은 경쟁력, 800명은 적합도)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단일화가 성사된 배경은 어떻게든 연전연패 행진을 끊어야 했던 국민의힘의 절박감과 정치적 반등의 계기가 필요했던 안철수 대표의 이해가 접점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조건은 권력의지와 희생정신


자, 이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양쪽 다 지금은 후보 단일화를 안 할 것처럼 얘기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후보 단일화는 보수 세력의 지상명령이기 때문입니다. 보수 세력은 이번 대선에서 확실한 승리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준석 대표 말처럼 윤석열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7~8%포인트를 앞서도 보수 세력은 안심하지 못할 것입니다.

최근 <동아일보>에 ‘야 대선후보 이름은 네 글자다’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그리하여 윤석열이 됐든 안철수가 됐든, 야당 대선후보 이름은 바로 이 네 글자다. 정권교체.”

<조선일보>에는 ‘대선 3수 안철수가 마크롱과 다른 이유’라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그는 요즘 한국의 마크롱이 되겠다고 말한다. ‘야권 후보 단일화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마크롱의 꿈에 매달려 실기한다면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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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나 보수 세력이 가하는 후보 단일화 압력을 견디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후보 단일화의 진짜 조건은 사실 따로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두가지입니다.

첫째, 집권을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세력과도 손을 잡을 정도로 강한 권력의지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말입니다.

둘째, 대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후보직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결단하는 희생정신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말입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이런 덕목을 갖추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성공할 것입니다. 아니라면 실패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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