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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전문가들 “백화점·마트 방역 패스 효과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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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법원 결정 불복보다는 정책 근거 정립 주력해야”

세계일보

서울 내의 3천㎡ 이상 상점·마트·백화점에 적용한 방역패스 조치의 효력 정지 결정이 나온 14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이 방역패스 확인절차를 거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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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전국 다중이용시설 15종에 적용 중이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부분적으로 인용하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현장에서 이를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15종 시설 가운데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서울시에 한정해 그 효력을 정지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는 방역패스 시행이 중단되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은 타 시도에서는 유지되는 모순이 발생하면서 지역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당장 17일부터는 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 계도기간이 끝나고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되는데, 이 경우 타 시도의 반발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서울 외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적용을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한원교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그 이유로 "상점·마트·백화점은 이용 형태에 비춰볼 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백신 미접종자들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방역패스 정책을 실제로 '시행'하는 주체를 정부가 아닌 서울시장으로 보고 서울 소재 상점·마트·백화점에만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애초 집행정지 신청을 한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서울시를 상대로 신청을 냈는데, 보건복지부가 각 시도에 방역패스 관련 조치를 시행하도록 한 행위, 즉 '지휘'한 행위는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판단에 따라 결과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서울의 방역패스는 중단되고, 타지역에서는 방역패스가 그대로 유지되는 모순이 나타나게 됐다는 점이다.

하루 뒤인 17일부터는 이들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계도기간이 종료되고 위반시 과태료 및 행정처분이 시작될 예정이어서 타 시도에서 반발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온라인 카페나 관련기사 댓글 등에는 '경기 대신 서울지역 마트로 장 보러 가야 하는 건가'라며 이번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법원의 결정을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마트·백화점 외 다른 시설들에 대해서는 방역패스 적용이 유지된 것은 법원이 방역패스 자체의 공익성은 인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법원이) 방역패스 자체의 공익성은 인정하지만, 서울 시내 백화점·대형마트까지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고, 12∼18세 대상 적용도 공익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손 대변인은 "다만 (방역패스 확대 시행이 결정된) 작년 12월보다 현재 유행이 안정화된 상황이라 저위험시설부터 (방역패스를) 해제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었다"며 "이번 법원 결정으로 정부 내 (완화 시점) 논의가 애매해진 부분이 있어 이를 고려해 향후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지역·시설별로 방역패스 적용 범위가 달라질 경우, 방역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14일 나온 또 다른 법원 판결은 정반대로 음성 확인 증명서 등 대체 방안이 마련된 만큼 방역패스 효력을 중지할 필요성이 없다며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해 혼선이 더욱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런 혼선을 해결하기 위해선 서울 외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소송을 통해 방역패스 집행정지 결정을 이끌어내거나, 정부가 법원 결정 취지를 고려해 전국의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를 모두 해제하는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법원의 결정 취지와 방역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공식적인 정부의 입장은 월요일(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거쳐 밝히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백화점·대형마트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 효과가 크지 않았을뿐더러, 무리하게 적용 대상을 확대한 점이 있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애초에 (백화점·마트) 적용은 무리였다"며 "정부가 방역패스의 과학적 근거나, 구체적인 감염 예방 효과를 데이터로 제시하면서 설명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법원이 감염 위험성이 큰 시설에는 방역패스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했다"면서도 "마스크 착용이 이뤄지는 백화점이나 마트의 경우, 방역패스 적용으로 인한 추가적인 방역상의 이익이 카페나 식당보다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과학적 근거와 소통이 중요한데, 마트·백화점이나 청소년 방역패스를 무리하게 적용했다"고 지적하며 "정부는 청소년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에 조사한 접종 이득 연구 결과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줄소송'에 직면한 정부가 법원 결정에 불복하기보다는 방역패스의 효과성을 증명하는 식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는 "이미 나온 결정을 되돌리려 하거나 항소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정부가 그런 결정을 내릴수록 국민이 더 반발하고, 국민과 싸우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지자체에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방역패스는 물론, 영업시간 제한 등의 효과에 대해서도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놔야 한다"며 "정부를 불신하기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소송을 남발하게 될 텐데 이는 아주 큰 (사회적) 낭비"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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