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요구 관철 안 되면 군사 행동”
미 “러 엄포 단호하게 대처할 것”
EU는 러 경제 제재 6개월 더 연장
미국과 유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위기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세 차례 연쇄 회담을 열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성과 없이 끝났다. 러시아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남미에 군사력을 배치하겠다고 위협하고 미국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맞서면서 두 강대국 간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AP·로이터·타스통신 등은 1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상설 이사회에서 서방과 러시아가 아무런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병력 10만명을 배치하면서 촉발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서방과 러시아가 세 차례 연쇄 회담을 했지만 빈손으로 끝난 것이다. 지난 10일 미·러 실무 협상과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러시아 위원회 회의에서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러시아 RTVI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회담이 일정 부분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마주 앉아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쿠바나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에 군사 인프라를 배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모든 것은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이 같은 주장을 ‘엄포’라고 비판하며 “만약 러시아가 이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국제사회의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규정하며 러시아의 침공 시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미국 압박에 나섰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철회 등) 우리의 제안에 포함된 모든 항목에 대한 답을 받길 원한다. 오래 기다릴 수 없다”며 “제안이 거부당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한 대규모 병력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서방의 요구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는 접근”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마이클 카펜터 OSCE 미국 대사는 이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우리는 유럽의 안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전쟁의 북소리가 크게 들린다”고 말했다.
OSCE 의장국인 폴란드의 외무장관 즈비그니에프 라우는 “현재 OSCE 지역의 전쟁 위험이 지난 30년 중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우려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EU 제재는 러시아 은행과 기업들의 EU 주요 자본시장 접근 제한, 러시아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 금지, 방위 관련 자재 수출입 금지 등을 포함한다. 이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대응해 EU가 러시아에 부과한 기존 제재를 연장한 것이다.
손구민 기자 km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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