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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여성은 공중목욕탕 이용 금지”…탈레반, 씻을 권리마저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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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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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전통 공중목욕탕 자료사진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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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들에게 목욕탕 사용 금지를 명령했다. 여성 인권 신장을 통해 ‘정상국가’를 이루겠다던 탈레반의 공약은 허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영국 가디언의 7일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아프간 북부 발흐와 헤라트 지역 여성들에게 공중목욕탕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여성이 공개장소에서 신체를 드러내는 것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탈레반은 1990년대 후반 집권할 당시에도 여성들의 공중목욕탕 사용을 금지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목욕탕들은 수년 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2001년 미국에 의해 탈레반이 축출된 뒤에야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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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전통 공중목욕탕 자료사진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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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목욕탕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아프간의 겨울 동안 아프간 사람들이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게다가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뒤 극심한 경제위기가 찾아왔고, 아프간 국민 대다수는 추운 겨울에 난방을 위한 장작이나 석탄은 커녕 목욕을 위한 물 조차 살 여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극심한 빈곤 속에서도 아프간 여성들은 푼돈을 모아 간신히 공중목욕탕을 이용해 왔다. 현지 여성들은 월경 후 종교적인 정화 등을 요구하는 이슬람 율법 등을 지키려 노력해 왔고, 정기적으로 공중목욕탕에서 정화 기도 의식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탈레반이 이마저도 금지하면서 여성 인권이 또다시 바닥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탈레반의 이러한 조치 탓에 제대로 씻지 못하는 여성들은 추위를 피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피부질환이나 질염 등 건강상의 악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비영리단체 ‘비젼 포 칠드런’ 측은 “헤라트와 발흐의 가정 대부분은 목욕을 위해 많은 양의 물을 데울 수 있는 능력이나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겨울에는 공중목욕탕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역시 “여성에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유일하게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수단을 금지하는 것은 잔인한 행위”라면서 “탈레반은 여성의 삶 모든 면에 개입하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는 (탈레반의 아프간 집권 이후)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아프간 여성들의 우려를 꾸준히 들어왔다. 그리고 당시 여성들의 주장이 옳았다는 증거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라트에 사는 26세 여성은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집에는 목욕 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공중목욕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기회마저 탈레반에게 빼앗겼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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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샤리아법을 이유로 마네킹의 머리를 ‘참수’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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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샤리아법을 이유로 마네킹의 머리를 ‘참수’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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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탈레반의 공포정치는 잊을만 한 틈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탈레반은 이달 초 헤라트 지역 상인들에게 마네킹의 얼굴을 완전히 가리거나, 아예 마네킹의 머리 부분을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역시 샤리아법에 따른 명령이었다.

샤리아법은 유일신을 섬겨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사람의 형상을 새긴 조각이나, 그림, 마네킹, 장난감 등은 금기 문화의 산물로 규정한다. 유일신 이외의 것을 신처럼 숭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탈레반은 여성에게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강요해 왔다.

이에 따라 당초 탈레반은 상점에서 특히 여성 마네킹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려 했으나, 상인들의 불평이 나오자 마네킹을 없애지 않는 대신 머리를 잘라내거나 얼굴 부분을 가리라고 지시했다. 현지에서는 탈레반의 집권 이후 아프간 경제가 완전히 붕괴한 상황에서 마네킹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제재는 상인들의 재정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아프간을 장악한 뒤,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진짜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샤리아법을 내세운 더욱 강력한 통제와 인권 탄압, 경제난에 불과하다는 지적만 난무한 상황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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