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 카페 등은 계속 시행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도 중지
전문가 “법원이 방역 판단 문제”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QR 체크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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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서울지역 상점과 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가 12~18살에게 확대 적용하려던 청소년 방역패스도 일시 정지된다. 시민 1천여명이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중단해 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면서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시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방역패스 정책이 중단되는 것이다. 다만, 식당과 카페 등의 시설에서는 방역패스가 유지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는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서울시를 상대로 낸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14일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17종의 방역패스 의무적용시설 가운데 상점·마트·백화점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고, 12~18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려던 방역패스 정책을 중단시켰다. “상점·마트·백화점은 생활 필수 시설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만, 식당·카페보다는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중증화율이 현저히 낮은 청소년들을 방역패스 적용대상으로 삼는 것은 근거가 있는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상점·마트·백화점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을 두고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식당이나 카페는 음식을 먹을 때 마스크 착용이 어려워 감염 위험도가 다른 다중이용시설에 견줘 높지만, 상점‧마트‧백화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위험도도 높지 않고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생활필수시설에 해당하는 전체 면적 3천㎡ 이상의 상점 등에 일률적으로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기본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시설에 출입하는 것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이라며 “현재의 방역지침만으로도 이용자들은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므로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로나19 중증화율이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12∼18살 청소년에게 방역패스 정책을 확대 적용하려던 방침을 두고서는 청소년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청소년은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이상반응이나 백신 접종이 신체에 미칠 장기적 영향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개개인의 건강상태와 감염 가능성 등을 종합해 백신 접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필요성이 크다”며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된다고 하더라도 위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청소년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코로나19 중증화율이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낸 방역패스 효력 정지 신청은 각하했다. 복지부와 질병청의 처분은 일반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 행정기관 상호 간의 내부행위라 소송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조 교수 등 시민 1천여명은 지난해 12월31일 법원에 ‘방역패스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가처분 성격의 집행정지를 함께 냈다. 이들은 지난 7일 열린 심문기일에서 ‘부작용 발생 위험이 있는 백신을 접종하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방역패스는 개인의 신체결정권을 침해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같은 달 학부모 단체들도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하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법원은 지난 4일 이들 단체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방역패스를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날 법원 결정에 신청인들을 대리한 도태우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식당·카페 등 생활필수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와 전국 단위의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확대는 철폐돼야 한다”며 “정부 쪽의 즉시항고에 대비하고,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추가로 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 관련 전문가들은 이날 법원 결정을 두고, 마트·백화점 등에서만 방역패스 효력이 중지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정부의 방역정책이 가처분 인용의 대상이 됐다는데 우려를 표했다. 일상회복 지원위원회 방역·의료 분과 위원으로 방역패스 도입 논의에 참여했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전체 방역패스에 대해 부정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방역정책은 시급성을 다투는 일이다. 앞으로 방역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가처분 신청이 계속될 것이고 법원이 방역정책 시행 여부를 판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선례를 남겼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고 했다.
애초에 백화점·대형마트 방역패스 적용은 과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호흡기내과)는 “마트·백화점의 경우 대화가 없고 크기도 3천㎡ 이상으로 크고 천장이 높아 상대적으로 환기가 잘된다. 이런 시설을 무 자르듯 크기로 방역패스를 적용하니 반발을 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 방역패스의 효력을 모두 정지한 법원 결정을 놓고서는 정부의 결정이 오히려 청소년들의 기본권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소년 방역패스 무력화로 학생들의 감염이 많아지면 결국 3월 정상등교가 어렵고 학교·학원 모두 문 닫아야 한다”며 “(앞서 법원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이유로 학원 등에 대해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했는데)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감염이 확산되면 아이들의 학습권은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교수 역시 “청소년도 식당 등 마스크를 벗는 비필수 시설에서는 방역패스를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의 판결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법원의 판결 취지와 방역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7일 중대본 회의에서 논의한 뒤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최민영 안태호 임재희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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