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을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앞서 MBC는 오는 16일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하겠다고 예고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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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14일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 보도를 예고한 MBC를 항의 방문했다. 김씨의 대국민 사과로 봉합하려 했던 ‘김건희 리스크’가 재부상하자 총력 방어에 나선 것이다. 의원들은 ‘불법 녹취’, ‘선거 개입’ 등 명분을 내세웠지만 ‘알 권리’를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의 저항에 부딪혔다.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 등 당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서울 상암 MBC 사옥을 찾았다.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스트레이트’가 공개를 예고한 ‘김건희 통화 녹음 파일’에 대해 공개 반대 의사를 표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해당 파일이 불법 녹취로 만들어진 데다 편파 방송 혐의가 짙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전 10시25분쯤 MBC 사옥 앞에 도착했으나 사옥 내부로는 즉각 진입하지 못했다. 도착 전부터 미리 자리를 잡고 있던 촛불시민연대, 개혁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들의 진행로를 가로막고 30여분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대는 “물러가라” “언론 자유 왜 침해하냐”고 소리를 질렀다. 일부는 “정경심은 석방하고 김건희는 구속하라”, “조국의 시간, 추미애의 깃발” 등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충돌 과정에서 욕설이 오갔고 일부 경찰관은 부상을 입었다. 김 원내대표도 인파에 밀려 넘어졌다.
한 경찰관이 14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 이날 MBC 사옥 앞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통화 녹취 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조문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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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 내로 진입하지 못한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향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편파·불공정 방송에 항의하고자 적법 절차를 통해 왔는데,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행사하면서 길을 가로막는 사람이 숱하게 모여있다”며 “(MBC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국민의 항의를 듣지 않으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박 의원은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함부로 음성을 녹취할 수 없는데, (그렇게 녹음된) 불법 음성을 MBC가 공개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음성권 위반”이라며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공개한다는 것도 명백히 선거에 관여하는 잘못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맞선 시위대는 기자회견문에서 “김건희씨 7시간의 녹취 방송을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안팎에서도 녹취 공개 반대 기조에 비판이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헤프닝으로 무시하고 흘려 버렸어야 했을 돌발 사건을 가처분 신청하여 국민적 관심사로 만들어 놨다”며 “이를 막으려고 해본들 권위주의 시대도 아닌 지금 언로를 막을수 있다고 보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참 어이없는 대책들만 난무한다”며 “윤후보만 수렁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후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등과 함께 사옥 내로 진입해 박성제 MBC 사장과 20여분 면담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7∼12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촬영 담당자 A씨와 10∼15회 통화했다. ‘스트레이트’는 A씨로부터 통화 녹음 파일을 넘겨받아 오는 16일 방송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다. 국민의힘은 전날인 13일 MBC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이날 중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촛불시민연대, 개혁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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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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