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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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13일 20대 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일대 위기에 빠져들었다. 심상정 대선 후보가 공식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이틀째 숙고에 들어가자 당 선거대책위원회도 일괄 사퇴를 선언하면서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2017년 대선 득표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에 따른 결단으로 해석됐지만 거대 양당의 ‘비호감’ 대선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남달랐던 정의당만의 선거전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바깥’ 상황 탓을 할 게 아니라 당 내부의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심 후보가 전날 밤 공식 일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밝힌 “심각한 상황”은 우선 ‘숫자’에서부터 시작한다. 지난해 8월 대선 출사표를 던진 이후 5%를 넘나들던 여론조사 지지율은 최근 2%대까지 떨어졌다. 목표인 두 자릿수 지지율은 한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5년 전인 2017년 대선에서 첫번째 완주를 하며 6.17%(201만7458표)라는 득표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결과는 역대 진보정당 대선 후보가 얻은 최고 득표였다.
하지만 심 후보가 단순히 지지율 수치만 보고 숙고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5년 전 대선 당시와 비교하면 심 후보와 정의당의 이번 대선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대선 때에도 문재인·박근혜 두 후보에 비해 군소 후보임은 지금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거대 양당과는 다른 대안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권 원로인 남재희 전 장관은 당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역대 진보정당 대선 후보들 중에서 심상정에 와서야 비로소 안정감과 정책적 통일성을 갖춘, 설득력 있는 후보를 얻었다”며 심 후보의 뚜렷한 존재감을 호평했다. 대선 후보 TV토론에서도 심 후보는 정의당 정책들에 대해 논리 정연하고 선명한 설명으로 공감을 얻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달랐다. 정의당의 장점이었던 정책·공약이 예전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 대표 공약인 신노동법 정도를 제외하면 5년 전 대선과 2년 전 21대 총선 등에서 보였던 심 후보의 정책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실제 심 후보는 최근까지 했던 정책·공약 발표 회견마다 “사실 예전에 제가 추진했던 정책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 인사들은 거대 양당의 네거티브전 격화와 ‘정권심판론 대 정권재창출’의 강고한 구도를 정책 경쟁 실종의 원인으로 꼽지만 정작 정의당만의 정책·공약을 스스로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기득권 정치라며 강도높게 비판하는 차별화 전략 역시 ‘조국 사태’로 인한 ‘민주당 2중대’ 비판과 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건 등 악재들을 만회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여기에다 여야 다른 후보 측이 활발히 활용하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이용하는 선거전도 예전만큼 잘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기대를 하고 있던 대선 TV토론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당끼리만 협의하고 나서면서 토론 기회마저 얻지 못할 위기에 직면했다.
‘바깥 세력’과의 연대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심 후보가 추진하려 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의 제3지대 공조는 사실상 가능성이 없어졌고, 민주노총과 진보당·녹색당 등과의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 역시 지난 9일 실무자 회의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협의가 불발됐다. 그나마 오랜 지지자들이었던 노동계의 표심을 얻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내에선 결국 스스로의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한다. 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진보정당이지만 외부적인 어려움이 컸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내부의 어려움이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지지율이 왜 안오르는지만 보게 되는데, 결국 문제는 우리 안에 있다”며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서 심 후보와 정의당에 눈을 돌릴 수 있게 하는 정치와 정책을 부각시키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전면적으로 일신하는 게 해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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