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종 주거지역 신설·규제완화 약속
“지지층 비판 알지만 재건축 필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달라”
“공익환수 추상적…집값 자극”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3일 서울 노원구 더숲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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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용적률을 500%로 상향 적용하는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하고 재개발·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거듭 사과하면서 “지지층의 비판이 있는 건 알지만, 용적률, 층수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서울 부동산 민심 구애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재건축 완화 구상에 비해 공익환수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아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는 13일 서울 노원구 재건축추진 아파트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부동산 이야기를 하면 정말 드릴 말씀이 없다. 국민 여러분께 부동산 주택 문제로 고통받게 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정치는 국민 고통을 줄이고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건데 노후 아파트 문제로 정말 많이 고통받으신 거 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재개발·재건축은 도심 내 중요한 주택공급 수단이며, 도시 슬럼화를 막고 거주 주민들의 주거의 질을 높이는 필수정책”이라며 “재개발·재건축을 금기시하지 말고 국민의 주거 상향 욕구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으로 인한 집값 상승을 우려하며 이를 억제한 문재인 정부 기조와는 확실히 방향을 달리 한 것이다. 그는 “역대 민주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을 과도하게 억제한 측면이 있다”며 “지지층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용적률, 층수규제 완화를 통한 재건축·재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신속협의제 도입 △용적률 500% 상향이 가능한 4종 주거지역 신설 △구조안전성 비중 하향 △종 상향 및 임대주택 기부채납 등의 추가 인센티브로 공공재개발 활성화 △‘리모델링 특별법’ 제정으로 수직증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3종 일반주거지역의 최대 용적률은 300%다. 또 △고도제한지역과 1종 일반주거지역에 도시기반시설 등 맞춤형 지원대책 △재정착이 어려운 원주민 대책도 마련하겠다며 도시주택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책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과도한 개발이익이 발생하는 사업구역은 적절히 공공환수를 해서 지역 사회에 환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아마 가장 좋은 방법은 청년주택과 같은 공공주택 공급”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정책발표 뒤 ‘오늘 발표한 내용이 현 정부 정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문재인 정부와 결을 달리 하지 않느냐는 말씀인데 공감한다, 맞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정책의 일관성은 중요한 가치지만, 국민의 불편을 방치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시장 억제를 이유로 구조안전성(건물 노후화에 따른 붕괴위험 평가) 기준을 20%에서 50%로 높여 재건축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 후보가 2시간을 할애해 ‘재건축·재개발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은 가장 큰 이유는 서울 부동산 민심을 잡지 못하면 승리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0~12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이재명 후보는 37%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28%)를 앞섰다. 하지만 서울 지역에선 이 후보(34%)와 윤 후보(32%)는 접전 상황이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이 후보의 공약은 임기응변이라고 지적했다’는 질문을 받고 “무학대사가 그렇게 말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며 날 선 비판을 했다. 또 ‘윤 후보의 공약도 비슷한데 어떻게 차별화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후보는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계획이기 때문에 선거 막바지에 가면 거의 비슷해진다. 윤 후보도 이재명 후보의 정책이 좋다고 하면 그냥 갖다 쓰라”며 “결국 실천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저는 약속하면 반드시 지킨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후보는 민간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500%까지 올리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 물량을 기부채납 받는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재건축 활성화 방안에 비해 공익환수 구상은 추상적이어서 최근 안정 기조를 보이는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의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높이겠다는 구상은 공공기여를 전제로 해야 하는데, ‘4종 주거지역 500%’라는 용적률 상향 수치는 눈길을 끄는 반면 개발이익의 공익적 환수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며 “공공기여 수준과 방식에 대해선 나중에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 정부와의 차별성 부각을 위해 공약을 이런 방식으로 내놓으면 재개발·재건축 예정 지역의 집값 불안만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서영지 최종훈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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