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왼쪽)이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제18회 한국이미지상 디딤돌상을 받고 있다. 오른쪽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최정화 이사장. 사진 CICI |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51) 감독은 지난해 세계를 뒤흔든 대표적인 한국인이다. 황 감독은 “한국 작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등 한번 해보고 싶다는 목표와 꿈을 갖고 만들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역사적인 성공작이 될 거라고 감히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엔 ‘미래물’ 장르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의 이야기도 해봤고, 현재에 일어날 법한 엉뚱한 이야기도 해봤으니 다음에는 20~30년 안에 우리에게 닥쳐올 일들을 갖고 사회성 있는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면서다.
황 감독의 인터뷰는 제18회 한국이미지상 디딤돌상 수상을 기념해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최정화(67) 이사장과 사전에 진행해 12일 서울 삼성동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공개됐다. 디딤돌상은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한국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CICI는 “독창적인 각본과 창의적 설정이 가득한 연출로 오징어 게임 드라마가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켜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고 한국을 문화 콘텐트 강국으로 우뚝 서게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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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우울한 작품이 성공한 이유?
황동혁 감독. 연합뉴스 |
그는 특히 “어떤 이야기이든 보는 사람이 작품에 얼마나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작품을 처음 구상한 2008년 이후) 10여년 사이에 부동산값이 급등하고 가상화폐에 돈이 몰리고 투기 열풍이 일어나면서 빈부 격차가 심해졌는데 거기에 팬데믹까지 오면서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어려워졌다. 일련의 변화가 ‘오징어 게임’ 같은 상황이 비현실적인 게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상황이 된 것도 (오징어 게임이 성공할 수 있었던) 큰 변화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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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싶은 것 자유롭게 만들겠다”
골든글로브 오징어게임. [중앙포토] |
한국 작품이 세계 무대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단연 언어다. 황 감독은 “언어라는 게 어떻게 해도 번역이 잘 안 되는 부분들이 있기 마련”이라며 “‘오빠’ 같은 표현은 어떻게 해도 서구권에는 정확히 전달되기 힘들다. 그 자체로 ‘oppa’라고 쓰면 ‘한국 사람이 어린 여자가 나이 많은 남자를 부를 때 쓰는 친근한 표현이구나’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아예 그런 콘텐트로 밀어붙여서 그 말 자체가 고유명사처럼 쓸 수 있는 시절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무엇보다 그가 이루고 싶은 일은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만드는 것”이다. “사실 창작하는 사람이 너무 큰 무게와 사명감을 가지고 대의를 생각하면 경직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면서다. “그냥 만들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최선을 다해서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만들어갈 거예요. 다만 한 작품이 전 세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오징어 게임’을 통해 깨닫게 된 만큼 작품을 만들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그런 사명감이 제 마음 기저에 자리를 잡아서 조금씩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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