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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내셔널리그(NL)와 아메리칸리그(AL)라는 양대 리그로 구성되어 있다.
NL는 1876년, AL는 1901년 창립해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됐던 리그지만 1903년 초대 월드시리즈를 시작으로 점차 공존을 선택했고,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을 거친 후부턴 양쪽 모두 메이저리그 사무국 산하에 속하게 됐다. 그러나 여전히 두 리그를 구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바로 지명타자(Designated Hitter) 제도의 유무다.
초창기 야구는 9명이 공격과 수비에 모두 참여하는 종목이었다. 따라서 타순도 9번까지 있고,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프로 수준에서 투수는 다른 수비 포지션과 달리 공을 던지는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체력적인 부담이 크고, 투구 연습에 전념하다 보니 타격 연습은 거의 하지 않아 타석에서 제 몫을 해내기 어렵다.
한편, 타격 또는 주루 과정에서 부상을 당할 가능성도 컸다. 이에 따라 과연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어왔다. 가장 먼저 '대타가 아닌 경기 내내 투수 대신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두자고 제안한 이는 1900년대 초반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의 구단주 겸 감독이었던 코니 맥이었다. 그러나 당시엔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지명타자 제도의 도입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말부터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데드볼 시대 이후 최악의 타고투저를 겪고 있었다. 단적인 예로 1968시즌 AL 사이영상을 받은 데니 맥클레인은 31승 6패 336이닝 280탈삼진 평균자책 1.96을, NL 사이영상을 받은 밥 깁슨은 22승 9패 304.2이닝 평균자책 1.12를 기록했다.
반면, AL 타격왕을 차지한 칼 야스트렘스키의 타율은 .301으로 3할을 간신히 넘기는 데 그쳤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엔 어떻게든 흥행을 위해 공격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고, NL 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던 AL 팀들이 이런 고민이 더 컸다. AL가 1973시즌부터 전문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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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미 최초의 프로야구 리그라는 자부심이 있었던 NL는 전통주의적 관점에서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대부분 국가의 프로리그에서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NL는 일본프로야구(NPB)의 센트럴리그와 함께 (지명타자 없이) 전통적인 방식대로 경기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를 끝으로 양 리그의 거의 유일한 차이점도 사라질 전망이다. 2022시즌부터 NL에도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가 직장 폐쇄(Lock out)로 멈춰있는 가운데 유력 현지 매체들은 직장 폐쇄 종료 직후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가장 먼저 합의할 조항으로 'NL의 지명타자 제도 도입'을 꼽았다.
이에 따라 2022시즌 NL 15팀이 어떤 선수를 지명타자로 기용할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편, NL 지명타자 제도 도입은 단순히 지명타자로 기용될 선수뿐만 아니라, 그 선수의 본래 포지션을 맡게 될 선수를 포함한 연쇄 이동을 낳는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일(한국시간) 미국 'CBS 스포츠'가 한 가지 흥미로운 예상을 내놨다.
NL에 지명타자가 도입되면서 김하성이 2022시즌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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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매체가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로 출전할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은 샌디에이고 야수진에 연쇄 이동이 발생할 거라 내다봤기 때문이다. 먼저 'CBS 스포츠'는 샌디에이고의 지명타자 유력 후보로 윌 마이어스를 꼽았다.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장타력이 있는 반면, 지난해 우익수로 출전하면서 DRS(수비기여도) -8점을 기록할 정도로 수비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마이어스가 맡았던 우익수 자리로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와 ML 역대 3번째로 큰 규모인 14년 3억 4000만 달러(약 4058억 원)에 연장계약을 맺은 타티스 주니어는 2021시즌 130경기 42홈런 97타점 25도루 타율 .282 OPS .975 WAR 6.6승을 기록하며 NL MVP 투표 3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단, 왼쪽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8월 중순 복귀 후엔 어깨 보호를 위해 외야수로 24경기에 출전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처음으로 외야 수비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타티스 주니어가 평균 이상의 수비를 펼쳤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현지 매체는 유격수 프리미엄을 포기하더라도 그의 포지션을 외야수로 옮겨서 부상을 방지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이라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타티스 주니어가 빠진 유격수 자리는 김하성이 맡는다.
2021시즌 DRS(수비기여도) 순위
1위 라이언 맥맨(3루수) +22점
2위 제이콥 스탈링(포수) +21점
3위 카를로스 코레아(유격수) +20점
4위 애덤 듀발(외야수) +19점
4위 마이클 A.테일러(외야수) +19점
6위 김하성(유격수/3루수/2루수) +18점
7위 아돌리스 가르시아(외야수) +16점
7위 키브라이언 헤이스(3루수) +16점
7위 키케 에르난데스(외야수) +16점
10위 해리슨 베이더(외야수) +15점
10위 조이 갈로(외야수) +15점
10위 안드렐톤 시몬스(유격수) +15점
이에 대해 CBS 스포츠는 "타티스 주니어가 유격수에서 우익수로, 김하성이 내야 백업에서 유격수로 이동한다"고 예상하며 "한국의 스타 김하성은 2021시즌 내야 백업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샌디에이고는 2024년까지 그에게 2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그가 규정 타석을 채웠을 때 팀에 기여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고 평했다.
김하성은 2021시즌 117경기에 출전해 8홈런 34타점 6도루 타율 .202 OPS .622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하성을 주전 유격수로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는 진출 첫해 그가 보여준 수비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하성은 2021시즌 유격수(35경기) 3루수(23경기) 2루수(21경기)로 출전하며 DRS +18점을 기록했다.
이는 MLB 전체 내야수 가운데 4번째로 높은 수치다. 더 놀라운 점은 세 포지션을 합쳐도 수비이닝이 573.2이닝밖에 되지 않은 가운데 거둔 성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 출전이 늘어날수록 수비에서 더 많은 기여가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1년간 혹독한 적응기를 거친 김하성이 2021시즌부턴 타석에서도 더 나은 성적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2021시즌 한국인 메이저리거 ZiPS 예상 성적
류현진 12승 8패 151.1이닝 ERA 3.69 WAR 3.1승
김광현 7승 7패 108.2이닝 ERA 4.39 WAR 1.0승
최지만 타율 .236 16홈런 OPS .764 WAR 1.5승
김하성 타율 .234 14홈런 OPS .700 WAR 2.0승
박효준 타율 .241 9홈런 OPS .719 WAR 1.3승
실제로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저명한 세이버메트리션 댄 짐브로스키가 고안한 기록 예측 모델인 ZiPS 프로젝션을 기반으로 2022시즌 김하성의 예상 성적을 415타수 97안타 14홈런 61타점 11도루 타율 .234 OPS .700 WAR 2.0승으로 예상했다. 진출 당시 기대에 비해선 여전히 아쉽지만, 두 자릿수 홈런을 포함해 올해보단 월등히 좋아진 성적이다.
한편, ZiPS를 비롯한 예상 성적이 매우 보수적으로 책정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만약 2021시즌 수비로만 WAR 2.1승을 거둔 김하성이 타석에서도 유격수 기준 평균 이상의 성적만 기록한다면 샌디에이고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2022시즌 NL의 지명타자 제도 도입은 김하성에게 호재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과연 김하성은 기회를 살려 빅리그 진출 2년 차엔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CBS 스포츠도 지적했듯이 김하성의 잔여연봉 2100만 달러(약 251억 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백업 선수에게 주기엔 지나치게 큰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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