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 부장관과 회담 뒤 브리핑…"협상 실패하면 군사적 대응"
"우크라 나토 가입 절대 안돼…러 안보에 미룰 수 없는 핵심문제"
(제네바 AP=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오른쪽)이 이끈 미러 협상 대표단. |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10일 밝혔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등의 옛 소련 국가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랴브코프 차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우크라이나 사태 및 미·러 안전보장 문제에 대한 협상을 마친 뒤 언론 브리핑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동료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어떠한 계획이나 의도도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면서 "모든 군사력 준비 조치들은 러시아 영토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음도 설명했다"고 전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어 "러시아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지난 2008년 루마니아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가능성에 대한 공식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는 절대 나토 회원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주도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나토 가입 여부를 논의했으나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프랑스와 독일 등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이 안건은 부결됐다. 다만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당시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나토에 가입하게 될 것이라는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나토 비확장은 러시아의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문제이며 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더는 연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 측에 나토 비확장에 관한 법적 보장을 받는 것이 (러시아에) 왜 절대적 명령인지, 러시아 접경 지역으로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을 받는 것이 왜 중요한지, 나토가 1997년 이후 동맹에 가입한 국가들의 영토를 물질적으로 장악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문제를 러시아가 왜 제기하는지 등을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토의 비확장 문제 진전과 러시아 접경으로의 미사일 배치 금지 없이는 다른 측면에 대한 미국과의 작업은 의문의 여지가 있다"면서 서방 진영은 안전보장에 관한 러시아의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제네바 epa=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오른쪽) |
랴브코프 차관은 "아직 나토 비확장과 관련한 주요 문제에서 어떠한 진전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보진 않는다. 제네바 협상의 유익함은 처음으로 우리가 이전에도 보이지 않게 존재했던 문제들에 관해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러시아는 대화 지속과 작업이 진행되고 어긋나지 않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외교(협상)가 계속 안보와 안정을 강화하길 지지한다. 이 문제에서 합의를 위한 기반은 있다"고 기대를 표명했다.
그는 미국과의 안보 협상 실패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은 군사-기술적 성격을 띠게 될 것이지만, 러시아는 현재 외교에 집중하고 있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어떤 군사적 조치를 취할지를 논의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랴브코프 차관은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나토·러시아위원회(NRC) 협상과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협상 뒤에 러시아가 어떤 추가 행보를 취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랴브코프 차관은 이날 미·러 협상에 대해 "복잡하고 길며 아주 전문적이고, 깊이 있고 구체적이었다"면서 "미국 측이 아주 심각하게 우리의 제안에 접근했으며 그것들을 깊이 있게 연구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 대규모 병력 배치 등을 둘러싼 긴장 해소 방안과 러·서방 간 안전보장 문서 채택 문제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번 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달 15일 미국 측에 양국 간 안전 보장 조약안과 러시아·나토 회원국 간 안전 확보 조치에 관한 협정안 등 2개 문서 초안을 전달한 바 있다.
문서에는 나토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를 추가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진을 계속하는 것을 멈추고, 러시아 인근 국가들로 중·단거리 미사일 등의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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