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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르포]"나치도 식료품점부터 막아" 막무가내 손님에 무력화된 방역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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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10일부터 대형마트·백화점에서 방역패스 본격 시행…일부 고객, 백신패스 '무시'하고 입장하기도
이마트 "방역패스 인증 거부 고객에 취지 설명 후 입장 강행할 경우 관계기관에 도움 요청할 것"
노컷뉴스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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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환 기자

"먹는 것까지 잡으면 어떡해! 나 벌금 낼게요 그냥."

QR 코드를 찍지 않고 방역패스 담당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A(63)씨가 마트 안으로 쑥 들어갔다.

직원의 표정에 당황함이 역력했다. 담당 직원은 보안 직원과 함께 백신 증명서 '인증' 없이 마트 안으로 사라진 고객을 찾아 뛰어들어갔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방역패스가 본격 시행된 10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이마트의 방역패스 '입장'은 A씨가 나타나기까지 순조롭게 진행됐다.

"방역패스 확인 부탁드립니다 고객님!"

직원의 안내에 따라 마트를 찾은 고객은 미리 휴대전화를 꺼내 QR 코드를 켜고 순서대로 입장했다.

스마트폰 조작이 능숙하지 않은 고령의 고객들은 접종 인증 스티커가 붙은 주민등록증을 직원에게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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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이마트 은평점에서 고객이 마트 입장 전 직원에게 백신 인증서를 제시하고 있다. 조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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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이마트 은평점에서 고객이 마트 입장 전 직원에게 백신 인증서를 제시하고 있다. 조혜령 기자초등학생 두 아들과 함께 마트를 찾은 주부 정모(45)씨는 "요즘엔 큐알 찍고 들어오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서 불편함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며 "백신을 안 맞은 사람보다 맞은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방역패스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은평구 매장은 고령 고객이 많아 주민등록증을 제시하는 고객에게 수기 명부 작성이나 안심 콜 등 다른 입장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전까지 방역패스 때문에 발길을 돌린 손님은 단 한 명. 직원은 "방역 패스를 시행하고 있다고 안내하니 입장하지 않고 그냥 가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A씨는 완강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필요한 걸 시켜도 되지만 상품권이 있어서 쓰려고 왔다"며 "16일까지 계도기간이라고 해서 왔는데 왜 못 가게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저질환이 있어 백신을 맞지 못했다는 그는 "인터넷에 보니까 백신 안 맞은 직원은 근무해도 된다는데 손님은 들어가지도 못하냐"며 "나치가 유대인 끌고 갈 때 맨 처음 식료품점부터 못 가게 하고 끌고 갔다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신패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그게 왜 필요하냐"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는 PCR음성확인서나 백신접종 예외 확인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백신패스를 '패스'해 마트에 입장한 A씨는 올리브유와 과자 등을 사고 상품권으로 결제한 뒤 마트를 나섰다.

직원이 그의 뒤를 따라갔지만 별다른 제지를 하지는 못했다. 계산을 마친 A씨에게 직원이 다가갔다. A씨는 직원의 유니폼을 훑어보고는 신경질적인 말투로 "이제 안 온다"며 장 본 가방을 메고 마트 밖으로 나갔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이 방역패스 인증 거부 시 다시 한 번 방역패스의 취지와 필수성을 설명할 예정"이라며 "이에 응하지 않고 매장 입장을 강행할 경우 경찰 등 해당 관계기관에 도움을 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인 '백신인권행동'은 충북 청주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백신패스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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