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정지 결정’ 법원에 쏠린 눈
정부 “미접종자보호·의료부담 완화”
원고측 “기본권 침해·실효성 의문”
전염 확산방지 효과 입증이 관건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4부(부장 한원교)는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 방역당국 관계자를 상대로 낸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심리 중이다. 정책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재판부가 장고를 거듭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7일 “방역패스를 둘러싼 혼란 등이 장기화되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며 “법원은 가처분(집행정지)에 대한 항고심이나 혹은 본안 판결을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밝혔다. 사안은 다르지만, 수학능력시험 성적 발표를 앞두고 입시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법원이 단 한차례 변론만 열고 출제오류를 확인한 판결도 있었다.
재판부는 지난 7일 심문기일 이후 제출된 양측 서증과 준비서면을 검토 중이다. 의학적 의견이 분분했던 오미크론 치명률이 얼마나 되는지, 이에 따른 해외 대응 방식은 어떤지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집행정지 신청 사건은 심문이 종결되면 법정을 개정할 필요 없이 재판부가 양측에 각각 결정을 통보한다. 이날 18시까지 제출된 서면을 토대로 이르면 이주 내 결론이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집행정지는 나중에 본안소송에서 이기더라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경우 행정청의 처분을 잠정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방역패스 시행으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이 마트와 식당 이용 등 기본적인 생활을 제약할 만큼 실질적인 것인지 여부에 따라 결론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방역 당국은 의료체계 붕괴를 방지하고 미접종자를 보호하는 공익이 크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미 접종자 수치는 전체 6%가 채 안되지만 환자의 30%가 중환자이며 사망자 전체의 53%를 차지한다”며 방역패스는 미접종자 보호와 의료체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방역패스가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행되는지 여부도 관건이다. 손 대변인은 “적용시설도 최소화하면서 고민하고 운영하고 있다”며 “방역패스 도입 국가 중 혼자 밥먹는 경우를 예외로 인정하는 경우는 우리나라뿐”이라고 설명한다. 고용상 불안정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다중이용시설 업주와 종사자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조 교수 등 소송 당사자들은 일상에서 심각한 기본권 침해를 야기하는 데다 백신패스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임산부의 98%, 간·신장 폐질환 등 기저질환자는 백신을 맞을 수 없지만 방역패스로 중대한 기본권 침해를 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조 교수 등은 “백신 접종률은 세계 최고 수준(94%)인 반면, 마트나 영화관은 가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백신패스에 따른 생활 필수시설 제한으로 기본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또 “6%에 불과한 미접종자 수치를 제고해 얼마나 효과가 나타나겠냐”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가 언급한 ‘집단면역’도 미접종자와 접종자를 분리하지 않을 때 실현된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지난 7일 열린 심문기일에선 공익적 효과에 대한 재판부의 질문에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접종완료자가 99%가 되면 의료체계 붕괴가 되지 않는 것인가?”라고 묻자 “예방접종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며 불분명한 대답을 했다. 다만 이날 법정 진술 외에 양측에서 제출한 서면주장도 중요 판단 요소이기 때문에 심문기일 공방 내용만으로 결론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앞서 학원, 독서실 방역패스 집행정지를 인용한 결정 선례도 이번 사건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앞서 재판부는 백신미접종자들 대상으로 ‘불리하게 차별하는 조치’라 지적했다. 재판부는 학원과 독서실 이용자들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므로, 개인의 신체에 관한 의사결정을 간접적으로 강제받기 때문에 백신 미접종자 집단에게만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날부터 백화점, 대형마트에 가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나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를 내야 한다. 유동현 기자
dingdong@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